평생 경기민요 전승과 보급에 헌신한 이은주(본명 이윤란) 명창이 2일 오후 9시3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8. 고인은 경기민요 인간문화재로, 한국전쟁 당시에는 한동안 불리지 않았던 민요 ‘태평가'를 복원해 부른 인물로 유명하다. 고 안비취·묵계월 명창과 함께 ‘경기민요 여성 3인방’으로 불렸다.
1922년 경기 양주 장항면에서 태어나 열네살이던 1936년 소리꾼의 길에 들어섰다. 명창 원경태로부터 시조, 가사, 잡가 등을 배웠다. 3년 만인 1939년 인천 명창대회에서 평안도 민요 ‘수심가’를 불러 1등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69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후보에 올랐고, 1975년에 보유자로 지정됐다. 1993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음반을 발표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48년 고려레코드와 킹스타레코드를 통해 첫 음반을 낸 것을 시작으로 유성기 음반 80여장, 엘피(LP) 300여 장 등을 발표했다. 팔순이 넘어서도 꾸준히 현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1999년에는 팔순을 앞둔 나이로 경기 12잡가 전곡을 녹음하기도 했다. 1975년 이은주경기창연구원을 개원하면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유족으로는 딸 최순희, 순애씨와 사위 백광수, 임종민씨가 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이며 발인은 5일 오전 6시40분. (02)2290-9455.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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