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봉하는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
국내 1·2위 멀티플렉스 사업자인 씨지브이(CGV)와 롯데시네마가 결국 넷플릭스 영화를 스크린에 걸기로 결정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 상영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과 맞물려 국내 극장계가 ‘대세’로 떠오른 넷플릭스의 공세에 현실적인 타협책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는 “11일 개봉하는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힐빌리의 노래>를 상영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씨지브이는 전국 30개관, 롯데시네마는 서울 4개, 부산 1개 등 5개관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며, 2주 뒤인 24일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약 2주간의 홀드백(개봉 이후 온라인 공개까지 필요한 기간)을 두기로 양쪽이 합의한 셈이다.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는 <힐빌리의 노래>뿐 아니라, 또 다른 넷플릭스 영화로 오는 18일 개봉하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 <맹크>도 사실상 상영을 확정했다.
업계 1·2위 사업자가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한국 극장업계도 결국 대세를 따르게 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017년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극장과 동시 상영하겠다고 밝혔을 때 두 극장 체인은 ‘절대 불가’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당시 씨지브이·롯데·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의 반발로 <옥자>는 전국 2500여개 극장 중 불과 190여곳에서 소규모로 개봉한 바 있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당시에도 극장 개봉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홀드백에 관한 사전 협의만 있다면, 상영을 할 수 있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었다”며 “이번 <힐빌리의 노래>는 배급사인 메가박스플러스엠과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에 관객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상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열흘 안팎의 홀드백 기간을 두었던 <더 킹: 헨리 5세> <아이리시맨>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등 넷플릭스 영화를 잇달아 상영한 메가박스와 달리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는 넷플릭스에 빗장을 열지 않았던 것에 비춰 이번 결정을 단순히 ‘홀드백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한국 상업영화의 경우, 홀드백 기간이 한달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플랫폼의 다양화로 인한 시장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할 순 없다”며 “이런 결정이 결국 관객에게 더욱 질 좋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대작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고 관객 수 역시 급감한 현실적 상황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월에 이어 8월 재확산한 코로나의 영향으로 9월 전체 관객 수는 299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79.7%(1174만명) 감소했으며, 10월 역시 463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1022만명) 감소하는 등 극장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11월 개봉 예정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새로운 영화가 절실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초토화한 극장 상황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힐빌리의 노래>로 물꼬를 튼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의 넷플릭스 영화 상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개봉 예정인 니콜 키드먼·메릴 스트리프 주연의 코미디 영화 <더 프롬>, 조지 클루니가 감독·주연을 맡은 <미드나이트 스카이> 등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선희 서정민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