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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월경 때 ‘찌르르’ 가슴통증 느낀다면, 그냥 넘어가지 마세요

등록 :2020-11-21 15:52수정 :2020-11-2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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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책으로 배운 생물학, 몸으로 겪은 생물학
자궁내막세포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

월경성 기흉, 자궁내막세포가 횡격막 지나
흉강까지 올라가 폐에 달라붙어 생기는 질환
심한 경우 심장 영향 미쳐 응급상황 생길 수도
난소 표면에서 호르몬 신호를 받아 난포가 부풀어 오르고 그 안에서 성숙한 난자가 배출되는 순간이 배란이다. Life of Medicine
난소 표면에서 호르몬 신호를 받아 난포가 부풀어 오르고 그 안에서 성숙한 난자가 배출되는 순간이 배란이다. Life of Medicine

어린 시절, 지방으로 발령받은 아빠를 따라 처음 서울을 벗어나 경남 통영 바닷가 근처에 살게 되었습니다. 원래 보던 풍경과 너무 달랐지만 그만큼 예뻤기에 거기가 낯선 곳이라는 생각조차 못한 채 며칠을 보냈습니다. 여기는 낯설고 나는 이곳의 이방인이라고 느끼게 된 결정적 계기는, 새로 전학한 학교에서의 첫날이었습니다.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작은 시골 학교라 전교생이 거의 알고 있는 그곳에 뚝 떨어진 저는 확실히 이질적인 존재였겠지요.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다가와 끊임없이 말을 붙였습니다.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요. 저는 그 아이들의 말을 반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들은 경상도 사투리는 아주 낯설었습니다. 그들의 어투는 원래 듣던 것보다 크고 높고 억세서, 아이들이 내게 싸움을 걸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당황했습니다. 조금 무섭기도 했고요. 원래 살던 곳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나는 내일 또 이곳에 어떻게 와야 할까요, 과연 나는 이곳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낯선 곳으로 이사하기

원래 살던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 정착해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그저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수준에선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모두 하나의 수정란과 그로부터 유래된 소수의 줄기세포에서 시작된, 동일한 유전적 기원을 가졌지만 발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점차 분화해 완전히 다른 형태와 기능과 수명을 지닌 세포로 나뉩니다.

한 예로 적혈구와 신경세포를 볼까요? 적혈구는 가운데가 눌린 원반 모양으로 오목한 부위에 산소를 담아 운반하는 구실을 합니다. 수명은 4개월 정도고 골수에서 만들어져 비장에서 파괴되는 과정을 계속합니다. 신경세포는 몸체를 중심으로 하나의 긴 줄기와 여러 갈래 작은 잔뿌리가 뻗어나간 형태로, 각각의 부속지는 다른 세포와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신경세포는 일단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뒤 평생 분열하지 않으며 죽어도 새로 보충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200여 종은 도저히 한 기원에서 갈라져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만큼 서로 다릅니다. 하나의 유전정보를 가지면서도 서로 이렇게 다른 이유는, 각각의 세포가 전체 유전체 속에 든 정보에서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을 골라 발현하고 나머지는 꼭꼭 숨겨두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화 과정을 거친 세포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기에 신체의 다른 부위로 움직이지도 않고 다른 곳에 자리잡지도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자리잡지 못합니다.

대개의 세포는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에 고정되기에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어려울뿐더러, 각각 다른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존재하기에 주변에서 감지되는 신호가 달라지면 스스로 사멸하기도 합니다. 또한 인체의 감시체계인 면역계가 잘못된 자리에 존재하는 세포를 찾아내 제거합니다. 이런 세포의 자리 지킴은 개체의 항상성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근 세포가 돌아다니다가 뇌 속에서 자라난다든가, 빛을 감지하는 망막세포가 피부에서 발현한다든가 하면 개체의 일상은 엉망진창이 되는 것을 넘어 애초에 생명을 유지하는 일 자체도 어려워질 테니까요. 그래서 대개 세포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우직하게 버티며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합니다.

복강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드물게 신체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자리잡는 세포도 있습니다. 바로 자궁내막세포입니다. 기사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월경 때마다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에 시달리던 여성의 사례를 보았습니다. 이 여성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기흉 증상에 시달리다가 정밀검진 결과 ‘월경성 기흉’ 진단을 받습니다.

기흉이란 폐에 생긴 구멍으로 공기가 새면서 늑막강(가슴막안)에 공기가 차는 질환입니다. 내인으로 생기기도 하고 외상으로 다량의 폐포가 터지면서 생기기도 합니다. 늑막강에 쌓이는 공기의 양이 늘어날수록 폐가 눌려 제 기능을 못하므로, 환자는 찌르는 듯한 흉통과 호흡곤란을 느끼며, 심한 경우 심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응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치료는 흉관을 삽입해 늑막강의 공기를 배출시켜 다시 폐가 부풀어 오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급박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기흉 환자를 등장시킵니다. 가뜩이나 숨을 못 쉬는 환자의 갈비뼈 사이에 일부러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설정이 긴박함을 불러일으키니까요.

월경성 기흉이란 원래 자궁 안쪽에 있어야 하는 자궁내막세포가 횡격막을 지나 흉강까지 올라가 폐에 달라붙어 생기는 질환입니다. 앞선 칼럼(제1335호 ‘왜 임신과 출산은 아파야 할까’)에서 말했듯, 자궁내막세포는 여성의 배란주기에 반응해 배란기 이후 계속 부풀어 올랐다가 임신 신호가 감지되지 않으면 파괴돼 떨어지고, 다시 다음 배란 신호에 반응해서 부풀어 오르는 일을 반복합니다. 이 호르몬 신호에 대한 반응은 매우 강력해서 자궁내막세포는 자신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이 일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자궁은 둥근 주머니 형태이며 그와 연결된 통로인 질은 몸밖으로 통할 뿐 복강 내부로 열려 있지 않은데 어떻게 자궁내막에 있어야 하는 세포가 자궁 밖으로 떨어져나와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일까요? 그 비밀은 난관에 있습니다.

자궁에서 뻗어나와 난자를 받아들이는 난관은 난소에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난소 근처에 닿아 있을 뿐 붙어 있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배란주기마다 달걀만 한 난소의 어디에 있는 미성숙 난포가 배란 신호를 받아들여 성숙한 난자가 되어 배출될지 알 수 없습니다.

난관은 매우 가늘어서 난관이 난소에 붙어 있다면 난자가 난소를 통과해 난관 쪽 통로로 이동해야 자궁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포는 대개 난소 표면에서 부풀어 오르기에 배출된 난자가 다시 난소를 통과해 움직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난관은 난소와 떨어진 상태로 늘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배란이 가까워지면 부풀어 오른 난포 쪽으로 이동해 배출되는 난자를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흡입해서 자궁 쪽으로 빨아들입니다.

이렇게 난소 표면을 이리저리 훑으면서 난자를 빨아들여야 하기에 난관은 난소에 고정돼 붙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분리형 구조는 난관이 난자를 정확히 빨아들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구조이지만, 고정되지 않고 틈이 있기에 종종 자궁내막에서 떨어져나온 세포가 난관 쪽으로 밀려나가 그 사이의 공간을 통해 복강으로 유출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폐, 위장, 코점막에 달라붙기도

자궁벽에서 떨어진 자궁내막세포는 바로 죽지 않습니다. 월경혈을 관찰한 결과, 그 속에 아직 생명 반응을 보이는 세포가 관찰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몸밖에 나온 이상 그 운명은 더 길게 이어지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난관을 거슬러 복강 쪽에 나온 세포의 운명은 조금 달라집니다. 이들은 근처 조직에 달라붙어 생명활동을 이어갈 수 있거든요.

자궁을 나온 내막세포가 주로 달라붙는 조직은 난관 근처의 난소나 자궁을 붙잡는 인대, 대장 등 근처 조직입니다. 드물게는 가슴과 배를 내부에서 구분해주는 횡격막 사이에 난 작은 틈을 지나 흉강으로 올라가 폐에 달라붙거나 위장, 신경계, 심지어 코점막에서 발견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자궁내막세포가 떨어져나오더라도 다른 곳에 붙지 않거나, 다른 곳에 안착하더라도 면역반응을 통해 제거되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궁내막세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궁이 아닌 곳에서도 달라붙어 자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정체성이 너무나 뚜렷합니다. 자궁내막세포는 자신이 달라붙은 조직이 어디인지 상관없이 배란주기의 호르몬 신호에만 반응해 증식했다가 떨어져나가고 다시 증식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러다보니 자궁내막세포가 붙은 곳은 월경주기에 따라 부풀었다가 떨어져나가고 다시 부풀어 오르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다시 말해 자궁내막세포가 자리잡은 조직에선 주기적으로 상처가 생겼다가 회복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덧자란 조직이 엉켜 유착을 일으킵니다.

자궁내막증이 동반하는 이상 증상 중 대표적인 것이 심한 생리통과 난임입니다. 유출된 자궁내막세포가 자궁을 붙잡는 주변 인대와 골반 조직에 달라붙어서 유착되면 월경 통증이 심할 수 있고, 난소 혹은 난관에 달라붙어 자라나면 배란과 난자의 이동을 방해해 난임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드물게 소화기관에 달라붙으면 장의 유착이나 폐색, 천공을 유발할 수 있고 폐에 달라붙으면 월경성 기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몸이 주기적으로 하는 이야기 읽어야

자궁내막증은 원활한 난자 수집을 위한 해부학적 구조와 상대를 잘 구별하지 않는 자궁내막세포의 특성이 우연히 맞아떨어져 일어난 질환입니다. 난임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라면, 발견도 진단도 매우 늦어 이상이 한참이나 진행된 뒤 발견되곤 합니다.

사실 자궁내막증은 월경주기에 반응해 증상이 심해지기에 조금만 주의해 관찰하면 그 주기성을 알아차리기 어렵지 않은데도 말이죠. 그래서 수년간 반복된 기흉으로 고생했으나, 전문적 진단이 늦어져 근본 치료를 받지 못했던 여성의 이야기는 더욱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타고난 해부학적 구조를 바꿀 수도, 세포의 본원적 특성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몸이 주기적으로 이야기하는 신호를 읽어낼 수는 있습니다. 그 작은 신호에 조금 더 귀 기울여주는 이가 늘어나길 바랍니다.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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