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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재난에 대처하는 사람들 이야기

등록 2020-12-11 17:28수정 2020-12-12 02:32

[‘드라마 덕후’들의 OTT 충전소]
벨기에 드라마 &lt;어둠 속으로&gt;. 넷플릭스 제공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 넷플릭스 제공

벨기에의 수도는? 무슨 예능프로그램 퀴즈인가 싶겠지만, 정답은 브뤼셀이다. 많은 이에게 익숙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브뤼셀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본부가 있는 ‘유럽의 수도’라 불리는 도시다. 오늘 소개할 드라마는 바로 벨기에 드라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현실로 다가온 올해 5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어둠 속으로>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처음 본 벨기에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가수 비의 노래처럼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나토 본부에서 이탈리아 소령은 우연히 엄청난 비밀을 듣게 되고, 그길로 총을 들고 브뤼셀 공항에 가서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납치한다. 그리고 무조건 모스크바 반대편인 서쪽으로 갈 것을 요구한다. 왜? 그가 알게 된 비밀은 ‘태양의 변화로 이제 햇빛을 받으면 모든 생명이 죽는다’는 사실이다. 납치된, 그래서 덕분에 살아남게 된 승무원과 승객들은 태양을 피해 끝없이 어둠 속을 이동해야 한다. 죽지 않기 위해서!

드라마의 원작은 2015년 3월 출간된 폴란드 작가 야체크 두카이의 <디 올드 액솔로틀>(The Old Axolotl)이라는 작품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오래된 아홀로틀(양서류의 일종)’이란 뜻인데 의미는 도통 모르겠다. 사실 소설의 줄거리는 드라마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 ‘태양 때문에 생명체들이 죽는’ 장면은 소설에서 딱 한 페이지 나온다.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드라마가 탄생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의녀 장금이 중종의 병을 잘 치료해 쌀과 콩을 하사했다’는 기록 한 줄을 보고 54부작 대하드라마 <대장금>(문화방송)이 탄생했다더니, 드라마 작가의 상상력은 언제나 경이롭다.

6부작으로 각 회차 소제목은 ‘실비’ ‘야쿠프’ ‘마티외’처럼 배역 이름으로 돼 있다. 드라마가 주목하는 이야기가 재난 자체가 아니라 재난에 대처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암시한다. 회마다 그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시청자로서는 감정을 이입해 꼭 살아줬으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버려두고 갔으면 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등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모습이 꽤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이했던 점은 각 회차의 첫 장면이 침대 위의 뜨거운 남녀로 시작한다는 것. 비행기에 오르기 전, 평범한 삶 속에서 가장 강렬했던 순간이다. ‘화려했던’ 과거의 순간은 죽음의 기운이 엄습한 어두운 현재와 강한 대비를 이룬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연말이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집에 갇혀 식물을 키우고, 인테리어를 하고, 배달 앱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왁자지껄했던 보통의 연말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재난영화만큼 디스토피아인 오늘을 살면서 화면 속 ‘기발한 재난’과 싸우는 주인공에게 위로받는다면 너무 슬픈 일일까?

어둠 속으로 날던 비행기는 우여곡절 끝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브뤼셀에 돌아온다. 방탄소년단의 ‘라이프 고즈 온’ 가사처럼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주인공들의 삶은 계속될 수 있을까? <어둠 속으로>는 넷플릭스의 재미있는 드라마가 늘 그렇듯 적당한 순간 기가 막히게 끝난다. 하지만 이미 시즌2가 제작 중이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이후 비영어권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특히 벨기에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의외로 좋다. 미드·영드와 분위기가 비슷해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둠 속으로>와 함께 마니아들에게 손꼽히는 <13계명>까지 섭렵하면, 나도 이제 벨기에 드라마 전문가!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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