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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홍씨 보관해온 조선 궁중회화 명작 ‘기사계첩’ 국보 지정

등록 2020-12-22 14:33수정 2020-12-22 14:40

지난해 국립박물관 소장본 이어 두번째
숙종의 기로소 입회를 축하하는 그림첩
22일 국보 지정 사실이 발표된 풍산 홍씨 가문 소장 <기사계첩>의 그림 중 일부인 <기사사연도>. 1719년 숙종의 기로소 입소를 축하하며 펼쳐진 기로소 회원 중신들의 뒤풀이 잔치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화면 위쪽의 기로소 중신들이 서로 마주 보고 연회를 즐기는 가운데 무동들이 아래 마당에서 처용 춤을 추고, 지켜보던 백성들 가운데 노인 두 명이 튀어나와 함께 춤추는 장면 등을 생생한 필치로 묘사해 놓았다.
22일 국보 지정 사실이 발표된 풍산 홍씨 가문 소장 <기사계첩>의 그림 중 일부인 <기사사연도>. 1719년 숙종의 기로소 입소를 축하하며 펼쳐진 기로소 회원 중신들의 뒤풀이 잔치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화면 위쪽의 기로소 중신들이 서로 마주 보고 연회를 즐기는 가운데 무동들이 아래 마당에서 처용 춤을 추고, 지켜보던 백성들 가운데 노인 두 명이 튀어나와 함께 춤추는 장면 등을 생생한 필치로 묘사해 놓았다.

조선 시대 궁중 그림 가운데 가장 뛰어난 걸작은 무엇일까. 회화사 연구자들이 손꼽는 작품으로 <기사계첩>(耆社契帖)이 있다. 1719년 숙종 임금이 당대 국가원로원 격인 기로소(耆老所)에 회원으로 들어간 경사를 맞아 이듬해에 나온 아름다운 그림첩이다.

기로소란 나랏일을 맡았던 고관대작 출신의 원로를 우대하기 위한 기관이다. 원래 70살 넘어야 회원 자격이 주어졌으나, 숙종은 빨리 들어가고 싶어 선대의 태조 이성계도 60살에 입소한 선례를 내세우며 59살에 조기 회원이 됐다.

목적을 달성한 숙종은 기로소 입소를 기념한 다섯 종류의 기록화를 그리도록 명했는데, 모두 뛰어난 명작이다. 경희궁 흥정당에서 기로소에 어첩을 봉안하러 가는 행렬과 경희궁 전각과 기로소에서 인사를 올리고 뒤풀이 잔치를 벌이는 중신들, 잔치마당에 뛰어들어 춤추는 구경꾼 백성의 모습 등이 화려한 채색과 꼼꼼한 필선으로 묘사돼 있다. 이 다섯 장의 그림에 제작 경위와 연회 참석자의 글씨, 축시 등을 붙여 만든 서화첩이 바로 <기사계첩>이다.

풍산 홍씨 가문에서 삼백여 년간 &lt;기사계첩&gt;을 보관해온 용기들. 오른쪽 기물이 첩이 들어있는 내함이며, 왼쪽 아래의 책 보자기가 내함을 싼 호갑이다. 왼쪽 위에 보이는 함이 내함 든 호갑을 넣는 외궤다.
풍산 홍씨 가문에서 삼백여 년간 <기사계첩>을 보관해온 용기들. 오른쪽 기물이 첩이 들어있는 내함이며, 왼쪽 아래의 책 보자기가 내함을 싼 호갑이다. 왼쪽 위에 보이는 함이 내함 든 호갑을 넣는 외궤다.

1719년 숙종 임금으로부터 &lt;기사계첩&gt;을 하사받은 중신 홍만조(1645~1725)의 초상화. 당대 기로소에 입소한 회원이었다.
1719년 숙종 임금으로부터 <기사계첩>을 하사받은 중신 홍만조(1645~1725)의 초상화. 당대 기로소에 입소한 회원이었다.

이 그림첩은 일종의 단체 기념사진과 비슷한 성격으로, 모두 12개가 만들어졌다. 기쁨에 겨운 숙종은 당시 기로소 회원이던 중신들에게 그림첩 11개를 선물로 내렸고, 보관용으로 1개를 남겼으나 현재는 5개만 남아 있다. 당대 대신들의 빼어난 글씨와 더불어 완성도 높은 연회 그림과 초상화가 담겨 18세기 대표적인 궁중회화로 평가받는다.

현재 전하는 5개의 <기사계첩> 가운데 국보가 2개나 탄생했다. 문화재청은 “1720년 숙종이 기로소에 들어간 신하 홍만조(1645~1725)에게 하사한 뒤 3백여년간 풍산 홍씨 집안에서 간직해온 <기사계첩>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기사계첩>이 처음 국보로 지정된 바 있다. 1년 만에 같은 도상의 그림첩이 잇따라 국보가 된 것은 1962년 국보·보물 제도가 시행된 이래 처음이다. 황정연 문화재청 연구사는 “조선시대 회화작품은 많이 남아 있으나 <기사계첩>처럼 뛰어나고 제작 경위까지 완벽하게 알 수 있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이런 점이 문화재위원들의 주목을 받아 같은 그림본이 연거푸 국보로 지정되는 성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국보 지정된 <기사계첩>은 기로소 회원이던 좌참찬 임방(1640∼1724)이 쓴 서문과 당시 경희궁 경현 당에서 잔치를 베풀 때 숙종이 쓴 친필(어제), 대제학 김류(1653∼1719)가 쓴 발문, 행사장을 그린 5종의 기록화, 기로신(기로소에 들어간 신하) 11명의 명단과 초상화, 축시, 계첩을 만든 실무자 명단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구성은 현재 전하는 다른 <기사계첩> 본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만퇴당장(晩退堂藏:만퇴당 소장)’, ‘전가보장(傳家寶藏:가문에 전해 소중히 간직함)’이란 글씨가 따로 실려 1720년 그림첩이 내려진 이래 풍산 홍씨 가문에서 간직해왔음을 일러준다.

풍산 홍씨 가문 소장 &lt;기사계첩&gt;에만 붙은 글씨 작품 ‘전가보장(傳家寶藏)’. 가문에 전해 소중히 간직한다는 뜻이다. 1720년 &lt;기사계첩&gt;을 중신 홍만조가 받은 이래 홍씨 가문에서 대대로 소장해왔음을 일러준다. 집안 어른이 국정 원로로 기로소에 들어가서 임금으로부터 기념사진 성격의 계첩을 받는 것은 조선 시대 사대부 가문의 큰 영광으로 받아들여졌다.
풍산 홍씨 가문 소장 <기사계첩>에만 붙은 글씨 작품 ‘전가보장(傳家寶藏)’. 가문에 전해 소중히 간직한다는 뜻이다. 1720년 <기사계첩>을 중신 홍만조가 받은 이래 홍씨 가문에서 대대로 소장해왔음을 일러준다. 집안 어른이 국정 원로로 기로소에 들어가서 임금으로부터 기념사진 성격의 계첩을 받는 것은 조선 시대 사대부 가문의 큰 영광으로 받아들여졌다.

풍산 홍씨 가문 소장본이 국보로 승격된 데는 왕실 하사 당시의 원형 그대로 300년여간 화첩을 보존해온 삼중 보관함이 건재한 점도 한몫했다. 그림을 넣은 내함(內函)을 가방 모양의 보자기인 호갑(護匣)으로 싸고 이를 맨 바깥 상자인 외궤(外櫃)에 집어넣은 얼개로, 3중의 용기 보존 전통을 지켜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문화재청 쪽은 “조선 왕실에서 민가에 내린 하사품이 보관 용기와 한갖춤으로 온전하게 남은 드문 사례다. 제작수준도 높아 화첩의 완전성을 돋보이게 한다”고 밝혔다.

18세기 청나라 연경(베이징)을 방문한 조선 사신단의 여정을 그림으로 풀어낸 &lt;경진년 연행 도첩&gt;의 일부. 만주에서 대륙의 중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산해관의 풍경을 그렸다.
18세기 청나라 연경(베이징)을 방문한 조선 사신단의 여정을 그림으로 풀어낸 <경진년 연행 도첩>의 일부. 만주에서 대륙의 중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산해관의 풍경을 그렸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에 쓴 한글학자 주시경의 <말모이> 원고와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원고, 18세기 청나라 연경(베이징)을 방문한 조선 사신단의 여정을 그림으로 풀어낸 <경진년 연행 도첩> 등 6건의 옛 문헌·서화류를 보물로 지정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도판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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