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발표한 마그마 독집 앨범. 마그마는 ‘해야’가 수록된 이 앨범을 내고 해산했다. 한국대중가요앨범
답답한 현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설 연휴 고향집에서 가족들과 모이기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기도 힘든 때다. 일상이 멈춰 선 이번 설 명절, ‘코로나 블루’(코로나19에 따른 우울감)를 달래줄 수 있는 노래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음악평론가의 추천곡이나 음반을 참고해보자.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1980년대 전설적 밴드로 꼽히는 마그마의 ‘해야’를 우선 꼽았다. 최근 레트로 열풍으로 옛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음력 새해 첫날 해맞이와도 어울리는데다, 힘 있고 흥겨운 곡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야’는 마그마 멤버 조하문이 박두진의 시 ‘해’를 개사해 쓴 노랫말에 선율을 붙인 곡으로, 1980년 <엠비시(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받으며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박 평론가는 “‘어둠 속에 묻혀 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앳된) 얼굴,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라는 노랫말이 코로나19가 사라진 시대를 염원하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어서, 음력 1월1일을 시작하는 노래로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1970년 발표된 조영남 걸작선 제2집 앨범. 한국대중가요앨범
그가 두번째로 꼽은 곡은 송창식의 ‘내나라 내겨레’(1971년)다. 김민기가 작사하고, 송창식이 작곡한 노래다. 흥겹고 힘찬 선율과 메시지가 한 해를 시작하는 날에 ‘해야’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영남의 ‘각설이타령’(1970년)과 강병철과 삼태기의 ‘행운을 드립니다’(1984년)도 “흥겹고, 당대에 느끼지 못한 노랫말의 아름다움을 코로나19 시대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설 연휴 다시 들어볼 곡으로 추천했다.
2010년 발표된, 여성 밴드 도트의 데뷔 앨범인 <캔디드 브레스>. <예스24> 제공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여성 밴드 도트의 데뷔 앨범인 <캔디드 브레스>(2010년)를 소개했다. 도트는 유명 코러스 가수인 김효수가 주축이 돼 2007년 꾸린 4인조 밴드다. 한 평론가는 “이 앨범을 압축해서 표현하자면 ‘여유와 휴식’”이라며 “따스한 기운과 적당한 리듬감 등을 두루 아우른 수록곡을 듣고 있으면 햇살 좋은 날 카페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바깥 활동이 어려운 설 연휴에 집에서 듣기 좋다”고 말했다.
팝 앨범으로는 미국의 재즈·펑크 그룹인 쿨 앤드 더 갱의 <더 히츠 리로디드>(2004년)와 혼성 5인조 그룹 피프스 디멘션의 <그레이티스트 히츠 온 어스>(1972년)를 꼽았다. 쿨 앤드 더 갱의 음반은 “경쾌함과 잔잔함을 아울러 동적인 일을 하거나 쉬면서 듣기에도 적합하다”는 점에서, 피프스 디멘션의 앨범은 “강약과 고저가 뚜렷해 뮤지컬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 코로나 블루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9인조 국악 밴드 악단광칠의 2020년 앨범 <인생 꽃 같네>. 지니뮤직 제공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비교적 최근 앨범을 추천했다. 먼저, 9인조 국악 밴드 악단광칠의 <인생 꽃 같네>(2020년)다. “국악기와 황해도 굿 음악을 기반으로 전통음악을 들려주는데, 노랫말은 특히 젊은 세대가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아 세대를 아우르기 적합하고, 설 명절에 잘 어울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만 아는 이라면 악단광칠도 들어보라”고 권했다.
팝 앨범 가운데는 위켄드의 히트곡 모음집 <더 하이라이츠>(2021년)를 추천했다. 그는 “위켄드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물론, 7080 디스코에 익숙한 어른들도 즐겨 들을 수 있는 앨범”이라며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로 8일(한국시각) 열린 슈퍼볼에서 하프타임 쇼 공연을 벌인 그의 무대도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고 함께 음악을 들어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