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저지른 비행에 대해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4일 오전 지수가 학교폭력(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 드라마 <달이 뜨는 강>(한국방송2) 팀은 비상이 걸렸다. 지수를 뺄 수도 데리고 갈 수도 없는 사면초가에 놓이며 종일 회의를 거듭했다. 지난 2월15일 시작한 이 드라마는 촬영을 90% 이상 완료한 사전 제작 상태로, 다른 배우를 투입해 재촬영하는 건 상당한 무리수였다. 주인공이라 흐름상 편집을 하기도 모호했다.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하자니 하필 맡은 역할이 ‘세상 만물 모두를 위하고 사랑하는 비폭력주의에 정의로운 온달’이다.
그냥 가자니 시청자의 하차 요구가 엄청났다. <한국방송> 시청자 권익센터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심각한 학교폭력 가해자 지수 하차시키세요’라는 청원은 동의자 수 55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한국방송>은 결국 시청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한겨레> 취재 결과 지수는 하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한겨레>에 “여러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되겠지만 지수를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국방송>은 학폭으로 여러 차례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 배우 박혜수가 학폭 의혹에 휩싸이며 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디어엠>은 지난달 26일 첫 방송이 잠정 보류됐다. 조병규도 새 예능 <컴백홈> 출연을 취소했다. 특히 <컴백홈>은 <한국방송>이 1년 만에 유재석과 호흡을 맞춰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학폭으로 시작부터 삐걱대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에스비에스>도 걸그룹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이 2016년 탈퇴한 멤버를 괴롭혔다는 의혹을 받으며 불똥이 튀고 있다. 그가 출연한 <맛남의 광장>을 최대한 편집했고, 출연 예정인 드라마 <모범택시> 게시판에는 하차 요구가 쏟아진다. 누리꾼들은 이나은이 하차하지 않으면 <모범택시> 간접광고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도 한다. 그가 모델로 나선 브랜드들은 이미 광고를 중단한 상태다. 특정 연예인한테 학폭 피해를 입었다는 폭로는 매일 계속된다.
방송 관계자들은 학폭이 사실로 드러난 이들은 방송계에서 퇴출당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한 케이블 예능 피디는 “연예인의 사례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학폭 가해자가 되면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며 “하지만 사실 여부를 판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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