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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엄브렐러 아카데미’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마블 히어로물 느낌?

등록 2021-03-05 17:57수정 2021-03-06 02:02

이 드라마를 이야기하려면 일단 록밴드부터 소개해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얼터너티브 록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다. 대표곡 ‘웰컴 투 블랙 퍼레이드’는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사용했던 곡이라 바로 알 것도 같다. 이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제라드 웨이는 원래 만화 전공자였다. 밴드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 갑자기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하는데 이 만화도 대박이 나서 2008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만화상인 아이스너상을 받았다. 그래미상은 놓치고 만화상을 탔다고 화제가 되었다. 그 만화가 2019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바로 <엄브렐러 아카데미>다.

전세계 곳곳에서 여자들이 갑자기 배가 불러 순식간에 아이 43명을 낳는다. 레지널드라는 괴짜 과학자는 이 아이 중 7명을 입양하고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개발하여 악당과 싸우는 슈퍼 히어로로 키우고 엄브렐러 아카데미라고 칭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일방적인 교육 방식을 거부하고 하나둘 떠난다. 세월이 흐른 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다시 모인 엄브렐러 아카데미, 그들은 지구의 종말이 가까이 와 있음을 알게 된다. 만나면 티격태격하는 초능력 남매들은 힘을 모아서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이 칼럼을 ‘의외로’ 매주 보는 분들은 지난주 소개한 <라그나로크>와도 살짝 겹쳐 보일 듯하다. 히어로들은 엄청난 능력에도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며 현실 사회에는 적응을 못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위협하는 거대한 조직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엄브렐러 아카데미에는 ‘고급스럽게 포장된 비(B)급 감성’이 있다는 것. 만약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마블 히어로물을 만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한두명의 주인공에 의존하지 않고 7명의 남매들이 공평하게 각자의 사연을 풀어 나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다소 황당한 스토리가 현실감 있게 보이고 화려한 연출이 가능한 이유는 배우들이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7명의 남매들 중에 유일하게 바냐만 초능력이 없는데 그런 바냐 때문에 남매들은 힘을 합치기도 하고 분열되기도 한다. 바냐 역을 맡은 배우는, 지금은 엘리엇 페이지가 된 엘런 페이지다. 아역으로 데뷔해서 10대 미혼 임신을 다룬 <주노>에서 주목받았고 <인셉션>, <엑스맨> 시리즈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배우이다. 또한 두번의 커밍아웃으로도 유명하다. 첫번째 커밍아웃은 2014년 인권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연설 중 레즈비언임을 밝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번째는 작년 12월, 자신의 이름을 엘런에서 엘리엇으로 바꾸면서 트랜스젠더 커밍아웃을 했다. 밝은 분위기뿐 아니라 어두운 역할도 잘 소화해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보여주고 있으며 사회 문제에 대해 논쟁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의 죽음 뒤에 처음 모이는 남매는 6명뿐이다. 숨어 있는 한명이 있는데 한국계 배우인 저스틴 민(민홍기)이 맡았다. 다른 형제인 클라우스와의 호흡이 척척 잘 맞는다. 사실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는 설정이긴 하다. 차차 역은 메리 제이 블라이지가 맡았는데 아홉번의 그래미상과 세번의 골든 글로브상을 받은 힙합 솔의 여왕이다.

앞서 말한 록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는 2013년에 돌연 해체한다. 팬들은 정신적 혼란에 빠졌고 오랜 시간 그들의 컴백을 기다렸다. 리더 제라드 웨이는 자신이 쓴 만화가 드라마로 만들어진 2019년에 밴드의 재결합을 선언했다. 그리고 12월에 첫 라이브를 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곧바로 코로나19가 터졌다. 밴드는 코로나의 피해자가 되었지만 2020년 공개된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2는 넷플릭스에서 대박이 났다. 지금은 시즌3이 제작 중이다. 올해는 시즌3과 함께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투어 소식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 여자 주인공이 남성으로 성전환했다는 소식을 들은 넷플릭스는 ‘우리의 슈퍼 히어로가 자랑스럽다’며 지지를 표했고, 바냐 역도 그대로 맡기기로 했다. 물론 극 중 여성 배역도 그대로다.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예능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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