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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사라진 강변마을 노량진, 그곳에서 건져올린 ‘유연의 추억’

등록 2006-01-30 17:24

미술평론가 김진송씨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 펴내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의 저자인 미술평론가이자 목수 김진송(47·미술평론가)씨가 서울 도시개발에 휩쓸려 흔적없이 사라진 유년시절의 기억을 하나둘 더듬는 소설 같은 에세이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세미콜론 펴냄)를 냈다. ‘1968 노량진, 사라진 강변 마을의 이야기’를 부제로 삼은 이름하여 ‘기억 소설’이다.

그 기억의 장면들은 비가 내리는 흑백영화 화면들처럼, 빛바랜 어릴적 사진들처럼 흐릿하게, 아련하게 조각그림들로 드러나며 오늘날 옛것을 흔적없이 버려두고 사는 도시인들을 저마다 유년시절로 안내할 법하다.

[%%IMAGE2%]가난한 사람들의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그 시절의 노량진 강변마을엔 강과 나루가 있었고 꽃집 할아버지, 돼지 삼촌, 양색시, 쌍둥이형제들, 월남에서 돌아온 새카만 사촌형이 있었다. 특히 너댓살 때 처음 만나 짝사랑을 느끼고 끝내 헤어짐의 상처를 안겨준 꽃집 아줌마가 있었다. 가난, 나태, 불구를 자부심과 긍지로 채웠던 시절이 있었다.

도시와 시간은 모든 걸 바꿔 버렸다. “가난과 질병과 불구의 신체가 도시에서 점차 뒷골목으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가난은 죄악이 되었고 불구는 저주가 되었으며 질병은 부끄러움이 되었다.”(299~300쪽)

중세 장원 같은 옛 서울 들머리 마을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들을 풀어내는 지은이의 기억 여행은 흐릿하던 유년시절의 종착지를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철거의 불안과 꽃집 아줌마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드러내는데, 아이의 눈에 비친 기억들은 독자한테 이야기를 소설처럼 만들어주는 재미를 보탠다.

지은이는 오랜 기억 여행을 통해 “기억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라고 말한다. “은밀하고 비밀스럽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 기억,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내밀한 기억들조차 그 자체는, 유감스럽게도, 내가 아니다. 나는 사건을 만들 수 없었다, 사건이 이미 사회적이므로.”(214쪽) 그렇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회상은 모두의 기억이 될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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