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태일>에 나오는 진선규. 플레이더상상 제공
전태일이 노래한다. “내일이 되면 행복해질 거야. 부자가 될 거야. 웃음이 넘치는 집에서 살 거야. 내일이 되면 내일이 되면~.” 그로부터 51년이 흐른 2021년, 나는 행복한가?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법정 노동시간이 있고, 휴일이 있는 삶인 것만은 확실하다. 1970년 22살 청년의 희생이 노동 관련 법의 필요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그 덕분에 지금 우리는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하고 있다. 한 20대 직장인은 개인 블로그에 “신문에 실린 노동운동 기사를 보고 태일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장면에서 특히 눈물이 났다”고 적었다. 음악극 <태일> 이야기다. 오는 5월2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2관에서 공연한다.
극은 전태일이 왜 분신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준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일을 하게 된 후 온종일 일해도 돈을 벌지 못하는 이상한 구조에 의문을 갖게 되고, 환풍기도 없는 환경, 휴일도 없는 일정 등 부조리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태일을 대단한 영웅처럼 그리지 않는다. 그가 삶의 마지막을 고민하던 나이는 불과 22살.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단이었는지, 얼마나 두려운 일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공연의 맨 마지막 무대 위엔 불이 켜진 초가 놓인다. 제작진은 “그 초를 관객이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내일이 되면 더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7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에 선정돼 2019년 트라이아웃(시험) 공연을 거쳤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장기 공연을 시작했다. ‘태일’ 역에는 진선규를 비롯해 박정원·강기둥·이봉준이, ‘태일 외’ 역에는 정운선, 한보라, 김국희, 백은혜가 나오는 2인극 형태다. 영화 <극한직업> <범죄도시> <승리호>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진선규는 방송 인터뷰에서 “가진 건 없지만 선한 영향력으로 조금이라도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게 나와 비슷하다”며 “어린 여공들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며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그 부분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막, 다른 길에서>. 전태일기념관 제공
소설가를 꿈꾸던 청년으로 전태일을 돌아보는 공연도 있다. 오는 19~25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리는 창작 연극 <어쩔 수 없는 막, 다른 길에서>다. 전태일은 미완성이지만 <가시밭길> <어쩔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기성세대의 경제관념에 반항하는 청년의 몸부림> 등 세편의 소설을 썼다. 은우라는 인물을 주인공 삼아 전태일이 쓴 소설을 모티브로 전태일 정신을 이야기한다. 전태일이 남긴 미완성 소설 <어쩔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를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은우가 여행사에 취직했다가 노동 현실을 목격하고 고민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작진은 “은우를 통해 전태일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는 노동 문제와 그 변화상을 짚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일곱집매>의 이양구 연출이 대본을 썼고, <마리 퀴리> 김태형 연출이 연출한다. 정원조, 한세라, 김다흰, 소정화, 이정수, 이호영 등이 출연한다. 전석 무료. 회차당 20명씩 입장할 수 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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