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톡방서 탐정처럼 추리해요…‘마요일·괴요일’ 기다리며

등록 2021-03-19 05:00수정 2021-03-19 22:08

범죄드라마 ‘괴물’ ‘마우스’ 호평

시청자들 온라인서 탐정 놀이
각자 근거 대며 범인 추리하고
진짜 수사하듯 사건자료 정리도

허 찔러야 할 제작진은 머리 아파
“1회서 맞힌 사람도…복선 더 신경”

*이 기사에는 드라마 <마우스>와 <괴물>에 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드라마>를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기사를 읽기 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니 신부님이 범인 아니었어요?” “신부님 의심한 저를 용서하세요 T.T”

지난 17일 밤, <티브이엔> 수목드라마 <마우스> 5회가 끝나자마자 온라인 톡방에서는 때아닌 ‘고해성사’가 시작됐다. 이 드라마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내용인데, 많은 시청자가 의사 성요한(권화운)과 함께 고무원(김영재) 신부도 용의선상에 올렸었다. 신부는 방송에 출연해 “부모를 살해하고 자신에게 장애를 입힌 살인마를 용서했다”고 말한 뒤 표적이 됐다. 그런데 신부가 5회 마지막 부분에 살해를 당했다.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하지 않는다는 게 살해당한 이유였다.

온라인 톡방은 그 뒤 더 분주해졌다. “어제의 포인트 중 하나는 범인이 고무치(이희준) 팀의 계획을 어떻게 미리 파악했는가인데, 그 선에서 보면 정바름(이승기)과 최홍주(경수진)가 의심받을 만하죠.” “본방 보고 다시보기도 했는데 정바름의 목발 위치가 오른쪽이었다가 성당에서 내릴 때는 왼쪽으로 바뀌었어요. 어떤 복선 아닐까요?” 각자 근거를 대며 범인을 다시 추리한다.

요즘 잘 만든 범죄 드라마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짜릿한 탐정놀이를 즐기고 있다. 수·목은 <마우스>와 함께, 금·토는 <괴물>(제이티비시)과 함께다.

<괴물> 역시 연쇄살인의 진범을 찾는 이야기다. 극본, 연출, 연기가 모두 쫀쫀해 호평이 쏟아진다. 지난 13일 8회 방송에서 결국 범인이 밝혀졌다. 그럼 이제 <괴물>의 탐정놀이는 끝난 건가? 그렇지 않다. 마치 게임이 ‘레벨업’된 것처럼 더 어려운 범인 찾기 놀이가 9회부터 다시 시작한다. 다른 주검은 다 찾았는데 이동식(신하균)의 동생 이유연(문주연)의 주검만 못 찾고 있다. “유연(살인)은 내가 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범인은 자살했다. 그럼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등장인물과 함께 시청자의 추리도 더 분주해진다.

“(8회에 잡힌) 범인이 살인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도망치던 유연을 박정제(최대훈)가 실수로 차로 쳤고, 그걸 정제 엄마가 수습해준 거 아닐까요?” “유연의 죽음에는 마을 권력자들이 다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아요.” “왠지 유연은 동식 엄마 요양원에 있을 것 같아요. 범인이 되게 자주 갔었잖아요.”

이들은 <괴물>이 방송하는 날을 ‘괴요일’이라고 부른다. 진짜 탐정처럼 추리에 필요한 자료도 정리한다. ‘괴요일을 기다리며 만든 사건 타임라인’이라는 게시글에는 ‘1회 2000년 10월15일 오전 6시43분 이유연 실종’부터 ‘2020년 11월3일 밤 10시10분 “아빠 나 좀 꺼내줘”라는 문자메시지가 온 6회’까지 일어난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놓았다. 사건의 진행 상황이 한눈에 들어와 추리하기에 편하다.

&lt;괴물&gt;. 제이티비시 제공
<괴물>. 제이티비시 제공

이런 ‘시청자 탐정단’의 활약은 <신의 선물―14일>(2014) <갑동이>(2014) 등 범죄 드라마가 범인을 꼭꼭 숨겨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에는 <괴물>과 <마우스> 모두 회차에 따라 ‘19살 이상 관람가’로 편성하는 등 내용의 강도가 더 세졌다. 범인도 1차원이 아니라 2차원, 3차원으로 허를 찌른다. 그만큼 범죄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겐 추리의 재미가 배가됐다. 한 시청자는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내용이 나오다니 싶을 정도의 상황이라 놀랐지만, 그래서 더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추리하면서 더 생각할 지점이 많아져서 좋았다”고 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범죄물은 시청자의 반응이 활발할수록 충성도와 애정도가 높아지면서 드라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lt;마우스&gt;. 티브이엔 제공
<마우스>. 티브이엔 제공

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모두가 전문가다. 오티티(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미국 추리 드라마에 이미 익숙해진 터라 추리의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장면, 소품, 단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 정답을 찾아낸다. 그런 시청자의 허를 찔러야 하기에 제작진은 머리가 아프다. 더 세밀하고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범인에 대해서 배우들에게 비밀로 하기도 한다. 두 드라마의 관계자들은 “정말 대단하다 싶은 시청자들의 추리가 많다. 1회 나가자마자 범인을 맞히기도 하더라”며 “시청자들이 눈치를 챘다고 해서 작가가 범인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더 재미있고 짜릿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복선 등에 한층 신경을 쓰면서 모두가 함께 게임처럼 즐기는 드라마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