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93회 아카데미영화제가 끝난 직후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이 영화의 제작사 ‘플랜비’ 대표인 배우 브래드 핏과 사진을 찍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관련 보도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 언론의 황당한 행태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일고 있다.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자 일부 언론은 30여년 전 이혼한 전 남편 조영남을 인터뷰해 보도했다. 조영남은 “내 일처럼 기쁜 소식이고 축하할 일”이라면서도 “이 일이 바람 피우는 남자들에 대한 최고의 멋진 한방, 복수가 아니겠냐. 바람피운 당사자인 나는 앞으로 더 조심해야지”라는 황당한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윤여정이) 다른 남자를 안 사귄 것에 대해 한없이 고맙다”는 어이없는 말까지 했다.
윤여정의 성취와는 상관 없는 전 남편 인터뷰를, 그것도 부적절한 내용을 고스란히 전하며 ‘클릭 장사’를 한 언론의 행태와 조영남의 황당 발언에 대해 많은 이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윤여정 선생님이 한국 배우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타셨는데 기자들이 무려 34년전 이혼한 전 남편에게 소감을 물었다”며 “묻는 기자들도 이해가 안 가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냉큼 말을 얹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낄 때 끼고 빠질 땐 빠지는 최소한의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외신 기자의 엉뚱한 질문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한 외신 기자는 윤여정에게 “브래드 핏과 대화를 나눈 당신에게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그에게선 어떤 냄새가 났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여정은 “냄새는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위트 섞인 일침을 날렸다.
해당 인터뷰 영상을 본 트위터 이용자들은 “불필요한 질문이었다. 이 여성은 역사를 썼지만 다른 사람의 냄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너무 창피한 질문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어떤 이들은 “그가 답한 방식이 마음에 든다”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그는 아주 좋은 대답을 했다”며 윤여정의 답변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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