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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 겸재 ‘인왕제색도’, 모네 ‘수련’…1만여점 국가가 소장한다

등록 2021-04-27 15:56수정 2021-04-28 02:42

이건희 컬렉션 기증 내역 단독 입수
삼성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는 모네의 <수련>과 거의 같은 구도와 크기를 지닌 다른 연작의 도판. 이 <수련> 연작은 다음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경매사 소더비의 ‘인상파와 모던 아트 이브닝 세일’에 시작가 4천만달러(한화 약 500억원)로 출품될 예정이다.
삼성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는 모네의 <수련>과 거의 같은 구도와 크기를 지닌 다른 연작의 도판. 이 <수련> 연작은 다음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경매사 소더비의 ‘인상파와 모던 아트 이브닝 세일’에 시작가 4천만달러(한화 약 500억원)로 출품될 예정이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 컬렉션 가운데 최고 걸작들로 꼽히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와 프랑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대작 <수련>이 나라의 공식 소장품이 된다.

28일로 예정된 이 회장 상속재산 처리 방안 발표를 앞두고, <한겨레>는 삼성그룹, 문화체육관광부, 미술계 등을 탐문 취재한 끝에 이건희 컬렉션의 국가기관 주요 작품 기증 내역을 단독 입수했다.

삼성가는 컬렉션 중 한국 회화와 서양 회화를 대표하는 핵심 작품인 겸재의 <인왕제색도>와 100호 크기를 훌쩍 넘기는 모네의 대작 <수련>을 각각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로 두 기관과 약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왕제색도>는 겸재 정선이 76살을 맞은 1751년 비가 갠 뒤 더욱 짙은 바위와 숲의 기색을 드러낸 인왕산의 절경을 사생하면서 그린 대표작으로, 조선회화사를 상징하는 명작으로 일컬어진다. 모네의 <수련>은 1910년대 파리 근교 지베르니 사저의 정원을 그린, 모네 후기를 대표하는 명작 연작들 가운데 일부로, 인상주의와 20세기 중후반의 추상주의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하는 작품이다. 구도와 크기가 거의 같은 모네의 다른 작품이 다음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경매사 소더비의 ‘인상파와 모던 아트 이브닝 세일’에 시작가 4천만달러(한화 약 500억원)로 나올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겸재 정선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인왕제색도>(국보). 이건희 컬렉션의 얼굴과도 같은 명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겸재 정선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인왕제색도>(국보). 이건희 컬렉션의 얼굴과도 같은 명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기증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겸재의 또 다른 걸작 <금강전도>는 컬렉션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을 감안해 기증하지 않고 삼성 쪽에서 계속 소장하기로 했다. 점당 수백억원대를 호가하는, 1950년대 이후 자코메티, 로스코, 베이컨, 리히터 등의 현대미술 컬렉션과 고인이 생전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조각 거장 로댕의 컬렉션도 삼성가와 리움에서 소장·관리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기증 내역을 살펴보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될 작품들은 한국 근대미술, 서양 거장 컬렉션을 합쳐 약 1200점에 달한다.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사상 처음 국가 미술관의 수장품이 되는 서양 근대 거장 컬렉션 200여점이다. 모네의 대작 <수련>을 필두로 폴 고갱의 대표작급으로 평가되는 건물 등의 풍경 대작, 도자기 그림들이 주종을 이루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100여점, 샤갈의 그림들, 호안 미로의 대작 등으로 구성된다.

박수근의 대표작 <농악>.
박수근의 대표작 <농악>.
한국 근대 미술 거장들의 명품 컬렉션은 1천여점에 달한다. 핵심으로 꼽히는 것은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컬렉션이다. 이중섭은 <황소>를 필두로 새에 오줌누는 모습 등 동심의 세계를 다룬 아이들 그림과 작가가 작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 그림, 은지화들이, 박수근은 1960년대 작품 <농악> <방아를 찧는 여인> 등이 기증 목록에 들어갔다. 이중섭·박수근의 경우 각각 작품 80여점이 기증돼 삼성가가 소장한 두 작가 주요 작품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옮겨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김환기의 경우 수량은 많지 않지만, 주요 대표작으로 꼽히는 100~150호 크기의 빨간빛과 푸른빛 전면점화 추상 대작이 들어갔다. 이외에도 장욱진의 1950~60년대 전성기 주요 작품과 드로잉, 천재화가 이인성이 돌가루로 그린 석채화 등도 인도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는 작품들은 무려 9천여점이나 된다. 이건희 고미술 컬렉션의 3분의 2가 기증되는 것이다. <인왕제색도>를 필두로 <수월관음도>를 포함한 고려불화와 현존 휴대용 불상 가운데 가장 큰 8세기 통일신라 금동보살입상(국보) 등 주요 회화·조각·도자기들이 3천~4천점이고, 책 등 전적류가 5천여점을 차지한다. 고미술업계에서는 평가가액이 300억~1000억원에 이르는 <인왕제색도>를 빼면 다른 작품들은 개별 작품 가액들이 높아야 수십억원대란 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서양근대미술 기증품들보다는 전체 평가액에서 뒤처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8세기 통일신라시대의 금동보살입상(국보). 이건희 컬렉션의 불교미술문화재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8세기 통일신라시대의 금동보살입상(국보). 이건희 컬렉션의 불교미술문화재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두 국가기관에 내놓은 기증품 수량을 합치면 모두 1만점이 넘는다. 국내에선 전례 없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예술품 기증이다. 세계 미술계에도 미칠 파장이 크다. 서구 미술시장과 미술사학계에서도 기증 제도가 정립되고 관련 기록이 본격적으로 쓰여지기 시작한 20세기 초 이래 비슷하거나 큰 규모를 찾기 어려운 세기의 대기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술사학계의 한 전문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삼성가의 기증으로 기존 국가 유산 컬렉션이 지닌 한계와 빈 틈을 확실히 메웠을 뿐 아니라, 세계 굴지의 서양 거장 컬렉션까지 덤으로 인도받아 세계적 반열의 뮤지엄에 오를 수 있는 기반도 단숨에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미술관과 불교계 쪽에도 일부 작품들을 기증하기로 했다. 전남도립미술관에 남도 화단의 거장 의재 허백련과 김환기·천경자의 일부 수작과 유영국의 1960년대 산 연작을, 대구미술관에는 이인성의 여인 초상과 장미 그림, 이쾌대가 월북 뒤 그린 풍경 유화, 대구 화단의 선각자인 서동진·서진달의 작품이 들어간다. 또 제주 이중섭미술관과 강원도 인제 박수근미술관에도 두 거장의 작품 소량을, 삼성가와 인연이 있는 일부 불교계 인사들에게도 불교미술 소장품 일부를 기증하기로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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