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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모든 이에게 모든 것’ 추기경, 마지막 순간에도 각막 기증

등록 2021-04-28 16:09수정 2021-04-28 23:00

명동대성당서 일반 시민들 ‘거리두기’ 시키며 조문
2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전날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을 추모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전날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을 추모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7일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대성당에는 28일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일반 시민의 조문이 시작되자 본관 대성전에는 정 추기경의 마지막을 배웅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1m 이상 떨어져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대성전제대 앞에 마련된 투명 유리관에 모관을 쓰고 안치된 정 추기경의 주검 가까이에서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대정전엔 정 추기경이 1970년 주교품을 받으며 첫 사목 표어로 삼았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일반 시민들은 장례 나흘째인 30일 정 추기경 시신이 정식 관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유리관에 안치된 주검 가까이서 마지막 인사를 올릴 수 있다. 장례 기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는 고인을 위한 연도와 미사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시간마다 거행된다.

정 추기경이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혀 선종 후 서울성모병원 안과 양석우 교수의 집도로 적출된 두 개의 각막은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처럼 각각 따로 두 명에게 제공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일반적으로 연세가 들면 장기 기증 시  각막만 할 수 있는데, (각막 적출이) 성공적으로 잘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허 신부는 정 추기경의 생활과 관련해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저녁 10시 취침할 때까지 시간표에 따라 움직였는데, 그 이유를 여쭤보니 신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습관이 들어 평생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됐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한 지 하루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추모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한 지 하루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추모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허 신부는 정 추기경의 유산 기부에 대해 “명동 밥집에 제일 먼저 기부했고, 아동 신앙 교육을 위해 기부했다”며 “어린이들 선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특별히 그런 선교를 북돋아주는 장학회를 만들어주기를 요청했는데, 당신의 이름으로 장학회 하는 것을 원하시지는 않아 사후에 진행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이날 추도사를 통해 “정 추기경은 14년간 서울대교구를 이끌어 가시는 동안 생명 존중과 나눔 운동을 통해 저출산과 낙태 등의 풍조에 맞서 생명 수호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고, 라틴어로 쓰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서한을 번역하며, 두 분의 성덕을 알리는 데 주력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사는 신자들을 찾아 성사를 주고 가난한 신자들을 도운 최양업 신부를 본받게 됐다”고 그 공로를 기렸다.

이 주교는 이어 “사제요 교회법 학자로서 <교회법 해설> 등을 비롯해 신자들에게 유익한 서적을 꾸준히 집필하고 번역한 추기경을 기리고자, 모교인 서울 중앙고등학교에서는 2020년 7월 교내 도서관에 ‘정진석 추기경 특별 서가’를 조성해 중앙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많은 후배들뿐만 아니라 추기경의 선한 뜻을 받드는 많은 이들의 꿈과 신앙을 키우는 데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추모했다.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도 추모사를 내어 “민주화운동 시기를 지나 급변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올바른 가치관이 훼손되는 시점에서도 생명과 가정의 가치를 소중히 지키려는 생명운동으로 천주교회를 이끌어오며, 장기 기증으로 본이 되는 삶을 마무리했다”며 “추기경의 삶의 궤적을 기억하고, 그분이 지키려고 했던 생명과 가정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노력이 한국사회에서 지속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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