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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핵전쟁 막아낸 평범한 사업가의 ‘첩보 실화’

등록 2021-04-28 17:55수정 2021-05-05 12:24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더 스파이’ 28일 개봉
영화 <더 스파이> 스틸컷. 더콘텐츠온 제공
영화 <더 스파이> 스틸컷. 더콘텐츠온 제공
헝가리 태생의 철학자 게오르그 루카치의 정치적 유언을 빗대 말하자면, 단언컨대 최악의 평화조차 최선의 전쟁보다 항상 더 낫다. 아니, 최선의 전쟁이라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다. 전쟁은 늘 최악이다.

28일 개봉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 <더 스파이>는 핵전쟁을 막아낸 한 평범한 사업가의 첩보실화를 다룬다. 전운이 감도는 1960년, 소련 군사정보국 올레크 대령(메랍 니니트쩨)은 정부의 눈을 피해 핵전쟁 위기를 막을 중대 기밀을 미 중앙정보국(CIA)에 전하고자 한다. 미 중앙정보국은 영국 첩보기관(MI6)과 협력하여 소련의 기밀 문서를 입수하기 위한 공작에 나선다. 바로 영국 사업가 그레빌 윈(베네딕트 컴버배치)을 스파이로 고용해 소련에 잠입시키는 것. 그레빌 윈은 비즈니스를 가장해 모스크바와 런던을 오가며 올레크 대령으로부터 기밀을 건네 받는다. 윈과 올레크 대령의 은밀하고 위험한 관계가 지속될수록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의심은 커져간다.

냉전이 최고조에 달한 1960년대에 일어난 역사적인 첩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더 스파이>는, 평범한 비즈니스맨이 인류 최악의 핵전쟁 위기를 막기 위해 자신의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는 적국 모스크바로 잠입, 비밀스러운 작전에 가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위기를 긴장감 있는 연출로 그려냈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로 세계 유수 영화제의 주목을 받았던 도미닉 쿡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킬러의 보디가드> 톰 오코너가 각본가로 참여했다.

영화 <더 스파이> 스틸컷. 더콘텐츠온 제공
영화 <더 스파이> 스틸컷. 더콘텐츠온 제공
<셜록> <이미테이션 게임> <닥터 스트레인지> 등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영화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로 등장한 할리우드 대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더 스파이>에선 세속적이면서도 소시민적인 사업가로 또 한번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인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루는 <더 스파이>는, 서구 자본이 투자된 영화답게 서구 시각으로 당시 사건을 재구성한다. 영화에서 소련 국가평의회 의장인 니키타 후루시초프는 사회주의 종주국의 위대함을 보여주려 핵전쟁을 불사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조성된 위기의 원인은, 1961년 4월에 일어난 미국의 피그만 침공 사건에서 비롯됐다. 미국이 쿠바 망명자들을 훈련시켜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려 했던 이 사건은, 쿠바 정부의 불안감을 극대화했고 이는 소련 핵미사일의 쿠바 배치로 귀결됐다. 미국이 1960년부터 쿠데타 계획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쿠바가 핵미사일 40기로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방지하지려고 한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생략한 채, 핵미사일의 쿠바 배치가 소련 권력층의 호전적인 성격 때문인 것처럼 묘사한다. 결국 소련의 핵전쟁 도발에 맞서 미국과 영국의 첩보기관이 한 사업가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막아냈다는 것이다. 아무리 역사는 강자의 해석이라지만, 냉전을 선악구도로 보는 낡은 시선은, 영화의 만듦새와는 별개로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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