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여친 만들려는 ‘특별한’ 고교생이 주는 별난 즐거움

등록 2021-04-30 18:10수정 2021-05-01 02:31

[드라마 덕후들의 OTT 충전소] 미드 ‘별나도 괜찮아’
미국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 넷플릭스 제공
미국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 넷플릭스 제공

오랜만에 영어 공부를 해보자. 형용사 ‘티피컬’(typical)은 ‘1. 전형적인, 대표적인’과 ‘2. 보통의, 일반적인’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 형용사를 부정형으로 만들면 1번 뜻에는 부정 접두사 ‘a’를 붙여서 ‘에이티피컬’(atypical)로 쓰고, 2번 의미를 부정할 때는 또 다른 부정 접두사 ‘un’을 붙여서 ‘언티피컬’(untypical)로 쓴다. 현실에서는 상관없이 ‘에이티피컬’을 많이 쓰지만, 오늘 이야기할 드라마에서는 이 작은 차이를 구분했으면 좋겠다. 드라마 영어 제목인 <에이티피컬>이 ‘이례적인’이나 ‘특별한’으로 번역되고 ‘비정상’을 뜻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가진 고등학생이 이성에 눈을 뜨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우리말 제목은 <별나도 괜찮아>다.

미국 드라마 &lt;별나도 괜찮아&gt;. 넷플릭스 제공
미국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 넷플릭스 제공

샘은 자폐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지능이 비교적 높은 편인 고기능 자폐 장애이기 때문에 가끔 뜬금없이 남극과 펭귄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 빼고는 의사소통에도 별문제가 없다. 학교 수업도 그럭저럭 따라가고 있고 전자용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한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를 편견 없이 대한다.

하지만 어느 날 샘이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다고 선언하면서 주변은 하나씩 달라진다. 샘과 어색하던 아버지는 처음으로 남자끼리 통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평생 샘을 위해 희생해온 어머니는 엄청난 상실감을 느끼고 과한(?) 일탈을 하게 된다. 부모의 관심이 오빠에게 집중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여동생은 이제 마음 놓고 연애를 시작한다. 샘은 직관적으로 사랑을 느끼기보단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 해부하고 분석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 “대박 사건을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자기에게 호감을 가진 학생이 이에 해당하는지 점검한다. 하지만 소통에 문제가 있는 샘의 사랑 프로젝트는 좌충우돌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족들의 일상에 발목을 잡는다. 과연 샘은 다른 학생들처럼 사랑을 하게 될까?

미국 드라마 &lt;별나도 괜찮아&gt;. 넷플릭스 제공
미국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 넷플릭스 제공

자폐증은 불안에 의한 감정 장애에서 시작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은 보통사람보다 감정이 증폭된다. 화나는 일에 크게 분노하고 설레는 일에는 안절부절못한다. 그러다 보니 강박이나 집착, 조절 장애가 동반된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사람에게 집착한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불안의 반대는 믿음이며,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 그래서 자폐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상대를 믿는 것이다.

<별나도 괜찮아>는 미국 인기 로맨틱 시트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의 프로듀서였던 로비아 라시드가 제작했다. 주인공은 인기 시리즈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타라>에서 다중인격장애가 있는 주인공을 연기한 키어 길크리스트가 맡았다. 사실 자폐 스펙트럼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별나도 괜찮아>는 한발 더 나간다. 시즌 초반, 자폐인이 항상 특별한 재능을 가진 걸로 그려지거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일자, 실제 자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컨설턴트와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시켰고, 자폐 장애인들이 샘의 친구들로 등장해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많은 자폐인들의 지지를 얻었다.

미국 드라마 &lt;별나도 괜찮아&gt;. 넷플릭스 제공
미국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 넷플릭스 제공

유쾌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하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잘 보여준다. 샘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폐증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알게 된 아내와 갈등하게 된다. 아버지는 큰마음 먹고 자폐인 부모 모임에 나가지만 ‘자폐인을 위한 언어 표현’을 알지 못해 타박받는다. “샘이 요즘 나아졌다”고 말하면 곧바로 “자폐에는 차도가 없다”며 “‘샘이 환경 자극에 대처하는 대체 행동을 더욱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로 정정해야 한다”고 지적받는다.

샘을 좋아하게 된 친구는 소리에 민감한 샘을 위해 헤드폰을 쓰고 댄스파티를 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곧바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왜 우리가 한명을 위해 희생해야 하느냐고. 댄스파티의 추억은 중요하지 않냐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추억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그래서 모두가 헤드폰을 쓴 멋진 댄스파티가 펼쳐진다.

<별나도 괜찮아>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별나다’가 아니라 그저 조금 특별할 뿐이라는 것이다. 샘은 “가끔은 내가 평범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없다. 아무도 똑같지 않고 한명 한명이 특별하다. 그래서 <별나도 괜찮아>는 조금 특별한 로맨틱 코미디일 뿐이며 조금 별난 학원물이고 색다른 가족드라마일 뿐이다. 게다가 매우 재미있다. 곧 마지막 시즌인 시즌4가 시작된다고 하니 특별한 즐거움을 누려보자.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예능 피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