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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스승의 아내를 처음 본 순간, 브람스는…

등록 2021-05-10 18:57수정 2021-05-11 02:03

국립오페라단 창작품 ‘브람스…’
13~1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서 초연
왼쪽부터 클라라, 브람스, 슈만. <한겨레> 자료사진
왼쪽부터 클라라, 브람스, 슈만. <한겨레> 자료사진
공연을 마치고 힘찬 박수를 받는 브람스가 보인다.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한 순간 전해 온 소식에 그의 표정은 굳어진다. “클라라가 먼 여행을 떠났다.” 브람스는 모든 일정을 뒤로한 채 클라라의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어디선가 익숙한 피아노 선율이 들려온다. 브람스는 과거 기억을 떠올린다. 친구 소개로 스승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를 처음 만났던 순간이다.

국립오페라단이 13~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창작 오페라 <브람스…>의 첫 장면 시놉시스다. 제목에 ‘…’가 들어간 것을 두고 국립오페라단은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이 말로 다 하지 못한 사랑을 관객이 스스로 느껴볼 수 있다는 의미로 말줄임표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브람스는 스무살에 슈만 부부를 만났다. 로베르트 슈만은 브람스를 뛰어난 음악가라며 아꼈다. 청년 브람스는 14살 연상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클라라를 사랑했다. 1896년 클라라가 숨을 거두자 이듬해 브람스도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브람스…>는 브람스, 클라라, 슈만의 주요 곡을 작품에 녹여내며 브람스의 소유하지 않는 사랑, 슈만과 클라라의 인연, 영혼을 뒤흔든 숙명적 사랑을 들려준다. 브람스가 남긴 가곡 가운데 ‘오월의 밤’과 ‘네 개의 엄숙한 노래’, 클라라가 쓴 ‘나는 어두운 꿈속에 서 있었네’ 등을 들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세 사람은 오페라를 거의 창작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들의 작품을 오페라에서 만나는 건 특별한 경험인 셈이다.

한승원 연출자(왼쪽)와 전예은 작·편곡자.  국립오페라단 제공
한승원 연출자(왼쪽)와 전예은 작·편곡자. 국립오페라단 제공
편곡과 작곡은, 지난해 안데르센 동화를 각색해 호평받은 오페라 <레드 슈즈>에서 작곡을 한 작곡가 전예은이 맡았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전예은은 “평생 한 여인을 바라보며 정신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킨 브람스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브람스의 성악곡은 가곡과 합창곡이 대부분인데, 이번 오페라에선 극의 흐름을 위해 이중창을 만들어야 했다”며 “브람스 음악의 결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브람스 기악곡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이중창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연출과 대본은, 뮤지컬 <살리에르> <라흐마니노프> <파리넬리>를 제작한 한승원 프로듀서가 맡았다. 뮤지컬로는 이름을 날렸지만, 오페라는 처음이다. 그는 “<브람스…>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로 시작하는 유치환의 시 ‘행복’이었다”며 “쟁취해야 하는 게 사랑이 아니라, 그저 사랑하는 게 ‘사랑’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휘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여자경이 맡는다. 여기에 클림챔버오케스트라와 노이오페라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이 함께한다.

오페라 <브람스…> 포스터.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브람스…> 포스터. 국립오페라단 제공
주인공 브람스는 베이스 박준혁과 바리톤 양준모, 클라라는 소프라노 박지현·정혜욱, 슈만은 테너 정의근·신상근이 맡는다. 젊은 날의 브람스로는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출연한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브람스의 ‘간주곡 118번’ 2악장을 연주하고, 브람스의 곡으로 잘 알려진 ‘헝가리 무곡’을 선보인다.

안무가 겸 무용수 김용걸과 홍정민이 함께 무대에 올라, 또 다른 브람스와 클라라로 분해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관람료는 3만~7만원이다. 공연은 국립오페라단 온라인 영상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knomyopera.org)에서도 15일 오후 3시 온라인으로 생중계한다. 온라인 관람료는 2만원이다.

한편, <브람스…>는 지난 7일 개막해 6월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등에서 열리고 있는 12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도 선보인다. 이번 페스티벌에선 <브람스…> 말고도 ‘여성의 삶’을 모티브로 한 <아이다> <토스카> <안나 볼레나> 등을 무대에 올린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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