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티브이엔 제공
“난 범죄수사물이 좋다”는 시청자들은 행복했다. <마우스> <괴물> <모범택시>까지 범죄물 수작 드라마들이 대거 쏟아졌으니까. 그들은 이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것 같다. ‘한 장르만 고집하는 것 자체가 철이 없었다’는 걸. 여러 장르를 두루 섭렵하는 것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 5~7월 바통 터치하는 드라마들은 청춘멜로·퇴마·성장극·세계관놀이까지 겹치는 장르가 없을 정도로 다채로워, 골라 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한때 안방극장을 주름잡던 판타지 로맨스가 돌아왔다. 올해 기대작 중 하나인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티브이엔)가 지난 10일 첫선을 보였다. 100일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 탁동경(박보영)이, 사라지는 모든 것의 이유가 되는 초월적 존재인 멸망(서인국)과 사라지지 않기 위한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는 26일 시작하는 <간 떨어지는 동거>(티브이엔)는 999살 구미호 신우여(장기용)와 99년생 인간 이담(이혜리)이 한집살이를 하며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구미호를 소재로 더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작가와 <꼰대인턴> 피디가 뭉쳐 코미디를 더 살렸다.
예나 지금이나 뒤숭숭한 시절을 버티게 하는 힘은 사랑이다. 지난 3일 시작한 <오월의 청춘>(한국방송2)은 그 힘을 보여준다. 군부 독재가 판치던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아픈 시대와 사랑을 함께 이야기한다. 등장인물들은 민주화를 외치고, 노동자의 권리를 부르짖지만, 드라마는 그 시절을 산 청춘의 이야기다. 서울대 의대생 황희태(이도현)와 광주 평화병원 응급실 간호사 김명희(고민시)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진다. 하지만 아픈 현실이 그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드라마는 모름지기 손에 땀을 쥐고 봐야 볼 맛 난다는 이들은 새로운 라인업이 좀 심심하겠다. 하지만 실망 말자. 변종인간과 퇴마를 소재로 삼은 <다크홀>(오시엔)과 <대박부동산>(한국방송2)이 있다. 지난달 30일 시작한 <다크홀>은 검은 연기를 마시는 순간 내면의 공포와 마주하며 폭력 성향이 발현되는 설정이 흥미롭다. 좀비와 비슷하면서도 새롭게 비틀어 ‘변종인간’이라는 또 다른 존재를 만들어냈다. 김옥빈이 변종인간에 맞서는 서울청 광역수사대 형사 이화선을 연기한다.
지난달 14일 시작한 <대박부동산>은 요즘 관심사인 부동산에 퇴마를 접목했다. 홍지아(장나라)는 귀신 들린 집을 찾아가 원귀를 없앤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사연이 드러난다.
제목만 봐도 풋풋함이 줄줄 흐른다. 오는 31일 시작하는 <라켓소년단>(에스비에스)은 배드민턴계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치는 16살 소년·소녀들의 성장 드라마다. 어느새 훌쩍 큰 김강훈이 중학생 이용태로 나와 “라떼는 말이야, 그런 거 있자네요. 그놈의 나 때는 나 때는 안물안궁이여~”라고 볼멘소리 하는 티저 영상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오는 19일 시작하는 <목표가 생겼다>(문화방송)는 19살 소녀 소현(김환희)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겠다며 ‘행복 망치기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이야기다. 극 중 소현처럼 배우 김환희도 이 드라마로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성장했다.
7일 시작한 <이미테이션>(한국방송2)은 요즘 유행하는 ‘세계관놀이’를 접목한 게 새롭다. 아이돌 라리마(박지연)를 따라 하며 진짜 별이 될 날을 꿈꾸는 이마하(정지소)가 결국 아이돌로 성공하는 이야기다. 티파티 등 극 중 그룹의 에스엔에스(SNS)나 노래 등이 현실에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극 중 아이돌그룹 오메가쓰리의 데뷔곡 ‘콜미’의 음원이 8일 발매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가상의 아이돌 세계관을 구현해 새로운 케이팝 드라마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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