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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인디음악, 방구석에 외치다 ‘우리 살아 있어!’

등록 2021-05-27 19:16수정 2021-05-28 02:33

28~30일 온라인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 누리집의 ‘온라인 백마도’. 누리집 갈무리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 누리집의 ‘온라인 백마도’. 누리집 갈무리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섬,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인디음악. 그 둘이 온라인에서 만나 ‘멈추지 않는 사흘간의 축제’를 벌인다. 세상 사람에게 우리를 알아달라면서.

28~30일 매일 저녁 6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온라인 백마도’에서 열리는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이 바로 그 축제다. 누리집(neverstopmusic.kr)에 들어가보면, 실제 한강 하류의 작은 섬 백마도를 본뜬 온라인 지도가 뜨는데, 원하는 공연을 클릭하면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축제는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공연 기회를 갖기 어려운 인디음악인들을 위해 마련했다. 인디음악인 20여팀뿐 아니라 국내 유명 음악인도 함께한다. 그중 눈에 띄는 이는 함춘호. 그는 1979년 전인권과 함께 음악활동을 시작해 조용필, 이문세, 이승철, 아이유 등 당대 내로라하는 가수들과 협업한 ‘기타리스트의 전설’이다. 1980년대를 풍미한 듀오 ‘시인과 촌장’ 멤버로, 수천장의 앨범 녹음에 참여한 한국 최고의 세션 기타리스트다.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기타의 전설’ 함춘호.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기타의 전설’ 함춘호.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그를 지난 25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 교수실에서 만났다. 축제 이름을 ‘멈추지마’로 정한 데 대해 그는 “척박한 환경에서 무한동력의 열정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인디음악 뮤지션을 보여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왜 백마도일까? 한강 하류에 있는 백마도는 1970년부터 군사지역으로 설정돼 50년 넘도록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왔다. 애초 이곳에서 오프라인 축제를 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변경했다. “김포대교를 건너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섬이 백마도인데, 대다수는 이곳을 잘 몰라요. 인디음악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백마도와 인디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받았으면 합니다.”

인디밴드 맥거핀이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을 앞두고 지난 9일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인디밴드 맥거핀이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을 앞두고 지난 9일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페스티벌 무대는 크게 3개로 짜였다. 대중적 장르의 음악으로 남녀노소 즐기기 편한 ‘평화’, 장르·세대·국가가 함께하는 ‘공존’, 록·힙합 등 열정적 분위기의 ‘환상’이다.

기프트·모브닝·헤이맨·맥거핀·두·불고기디스코·오칠·프롬올투휴먼·우자앤쉐인·롤링쿼츠 등이 3개 무대에 흩어져 공연을 펼치는데, 이들은 모두 ‘인디스땅스’ 출신이다. “인디스땅스(Indiestance)는 인디 뮤지션을 뜻하는 ‘인디’(indie)와 저항을 뜻하는 ‘레지스탕스’(resistance)를 합친 말로, 5년 전부터 경기콘진원이 전국 인디 뮤지션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름”이라고 함춘호는 설명했다.

함춘호는 매년 열리는 인디스땅스 오디션의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떤 인디음악인이 선발되는 걸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자기만의 색깔이에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음악은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배제되죠.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를 부르는 그런 팀이 주로 뽑힙니다.”

‘평화’ 무대에선 신나고 청량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밴드 데이브레이크, 어반 팝 스타일의 싱어송라이터 치즈,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제곡 ‘시작’으로 오에스티(OST)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가호가 공연을 펼친다.

인디가수 두가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을 앞두고 지난 9일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인디가수 두가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을 앞두고 지난 9일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공존’ 무대에는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그룹 라포엠, 한국 포크를 대표하는 장필순·박학기·함춘호, 록과 퓨전재즈를 넘나드는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씽씽밴드 출신인 국악계의 이단아 이희문과 밴드 ‘오방신과’가 오른다.

장필순·박학기·함춘호는 이른바 ‘동아기획 사단’ 출신이다. 동아기획은 1980년대 당시 언더그라운드 싱어송라이터들을 대거 등장시킨 기획사다. 함춘호는 “음악 상품을 만들어내는 현재의 연예기획사와 달리, 동아기획은 창작 공동체에 가까웠다. 포크, 블루스, 퓨전재즈 등 장르를 오가며 명작을 쏟아냈다”고 떠올렸다. 그는 “우리 셋이서 이번 공연에서 시인과 촌장의 ‘사랑일기’ ‘풍경’ 등을 부른다. 긴 세월이 지나서도 서로 만나 함께할 수 있는 건 음악의 힘”이라고 말했다.

함춘호(왼쪽부터), 장필순, 박학기가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을 앞두고 지난 9일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함춘호(왼쪽부터), 장필순, 박학기가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을 앞두고 지난 9일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환상’ 무대에는 힙합 그룹 에픽하이를 필두로, 예능 방송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래퍼 딘딘, 실력파 리듬앤블루스(R&B) 싱어송라이터 이바다, ‘아시안 탑밴드’ 경연대회 우승자 출신인 밴드 더블유투웬티포(W24)가 선다.

젊은 날 한때 언더그라운드 가수로도 활동했던 함춘호는 젊은 인디가수를 위한 바람도 나타냈다. “제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오락 문화를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돼 클럽이나 바처럼 공연할 무대가 많이 생겼어요. 하지만 요즘은 저성장에다 코로나 영향으로 무대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요.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대학도 많이 생기고 대중음악을 하려는 젊은이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설 무대가 너무 부족해요. 재능을 펼칠 무대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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