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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출신 14살 한국 가수 “세 손가락 꽃 되어 피어나길”

등록 2021-06-01 04:59수정 2021-06-01 12:16

[인터뷰] 미얀마 헌정곡 낸 14살 가수 완이화
군부 탄압 피해 2016년 입국
외국인가요제 통해 가수의 길
“세 손가락 경례 사진 찍을 때
지금은 미소지을 수 없어요…
민주주의 투쟁에 힘이 되길”
‘미얀마의 봄’을 부른 완이화가 군사독재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미얀마의 봄’을 부른 완이화가 군사독재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제가 부른 노래가 미얀마 시민에게 힘이 되었으면 해요. 노래 제목처럼 빨리 미얀마에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지난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미얀마 출신 가수 완이화(14)가 말했다.

그는 지난 5월16일 ‘미얀마의 봄’과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 등 민주주의를 위해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 시민을 응원하는 헌정곡 두 곡을 선보였다. ‘미얀마의 봄’이 조국의 아픔을 노래했다면,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는 민주주의를 되찾으려는 미얀마 시민의 저항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

완이화는 미얀마와 타이(태국) 국경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카렌족) 출신이다.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미얀마 군부를 피해 타이로 건너간 엄마가 2016년 한국에 난민으로 입국하면서, 완이화도 두 동생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2018년 ‘외국인가요제’에서 특별상을 받으며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트롯 전국체전>(한국방송2)에서 돌아가신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상사화’를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얀마의 봄’을 부른 완이화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완이화 제공
‘미얀마의 봄’을 부른 완이화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완이화 제공

카렌족 민족가수였던 아버지는 미얀마 내전을 피해 타이로 대피하던 과정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아버지는 완이화가 가수가 되는 데 ‘밀알’이 됐다.

“어릴 때 아빠가 기타를 치면 저는 노래를 부르곤 했어요. ‘미얀마의 봄’ 노래를 부를 때 아빠 생각이 나서 울기도 했어요. 가사에 ‘아버지의 고향’이 나오는데, 아빠가 가수의 꿈을 키우셨던 그곳이 떠올라 슬펐어요.”

그는 미얀마 헌정곡을 부른 이유에 대해 “미얀마 시민들에게 노래로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키자, 시민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고 도움을 드리고 싶었는데, 마침 ‘미얀마를 위한 헌정곡’을 제안받았어요. 한국에 미얀마의 아픔을 알리고 싶었어요.”

‘미얀마의 봄’ 앨범 사진. 풀피리프로젝트 제공
‘미얀마의 봄’ 앨범 사진. 풀피리프로젝트 제공

헌정곡이 공개되자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에스엔에스를 보면 제가 부른 헌정곡을 듣고 힘을 얻었다는 댓글이 많아요. 특히 힘들어하는 미얀마 시민들이 ‘노래를 들려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많이 올려주세요. 오히려 내가 고마운데…. 어쨌거나 미얀마 시민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얀마의 봄’에는 “세 손가락 꽃 되어 피어나라”는 가사가 나온다. ‘세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 시민 사이에서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경례는 할리우드 영화 <헝거게임>에서 폭력적인 독재국가의 시민이 권력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쓰였고, 이후 타이와 홍콩 시위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사용했다.

이날 완이화는 세 손가락 경례 자세로 사진을 찍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사진을 찍을 때, 가끔 ‘웃거나 미소를 짓고 사진을 찍으면 어떠냐’는 분이 있는데요, 그럴 수 없는 일이에요.”

‘미얀마의 봄’ 뮤직비디오 갈무리 사진. 풀피리프로젝트 제공
‘미얀마의 봄’ 뮤직비디오 갈무리 사진. 풀피리프로젝트 제공

‘미얀마의 봄’ 등을 발표하는 데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50명 가까운 한국 사람들이 음반 제작을 위해 ‘풀피리 프로젝트’를 만들고 재능기부를 했다. 프로젝트 이름에서 ‘풀’은 민초, ‘피리 소리’는 시민의 목소리라는 뜻이다. ‘미얀마의 봄’ 작사와 작곡을 맡은 우주명 음악감독은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의 5·18 민주화운동과 다르지 않다.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시민이 일어섰다. 우리나라의 그런 역사적인 사건을 떠올리며 기획과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풀피리 프로젝트는 6월5일 세번째 미얀마 헌정곡을 선보인다. 동덕여대 1학년 김다영씨와 남산초 4학년 학생 김건휘군이 참여한 ‘다 잘될 거야’라는 노래다. 전세계 더 많은 이들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미얀마어와 영어로도 녹음했다. 또 한국에 살고 있는 미얀마 노동자들이 미얀마어로 부르는 노래도 6월 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떡볶이와 김치찌개를 좋아한다는 중학교 2학년 완이화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유 언니를 만나보고 싶어요. 아이유 언니는 노래도 잘 부르고, 목소리도 정말 좋아요. 아이유 언니 같은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미얀마의 봄’을 부른 완이화(왼쪽)와 곡을 작사·작곡한 우주명 음악감독이 군부독재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미얀마의 봄’을 부른 완이화(왼쪽)와 곡을 작사·작곡한 우주명 음악감독이 군부독재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완이화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매니저처럼 뒷바라지하고 있는 이경자 ‘마음이음 심리상담센터’ 소장은 완이화의 대답에 이어 “(완)이화가 커서도 한국과 미얀마를 넘나들며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 예술가들도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 민족예술인총연합 음악인과 배우 24명은 지난 3월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며 연대하는 의미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유튜브에 올렸다.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한국인디연대’의 인디 음악인 13명도 31일 같은 노래를 록 버전으로 불러 유튜브에 올렸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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