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발언’ 결성·민미협 초대회장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 이끈 원로 초기엔 역사화 대작도…3일 민미협장
지난 2012년 서울 관훈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당시 손장섭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리얼리즘 미술계에서 역사화·풍경화의 대가로 손꼽혀온 원로작가 손장섭씨가 1일 오전 자택에서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
고인은 1980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현실비판 미술인 모임 ‘현실과 발언’의 창립 동인이자 1985년 결성된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 초대 회장으로 1980년대 진보적 미술 운동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전남 완도군 고금면 출신으로 유년시절 바다에 둘러싸인 고향 풍경을 지켜보며 안목을 다진 그는 1960년 서라벌고에 진학한 직후 4월 혁명을 체험하면서 ‘역사 속에서 자각한 인간’이란 평생의 화두를 품고 사실주의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의 그림들은 한국 현대미술사에 리얼리즘 풍경회화의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1980년대 초 ‘현실과 발언’ 참여 시기에는 <조선총독부> <역사의 창> 같은 역사화 대작들을 그렸고, 1990년대 이후에는 민중의 역사가 녹아든 이 땅 곳곳의 산야와 바다, 신목들을 그린 풍경회화 연작들로 작업을 확장시켰다. “자연은 역사가 배어있는 현장”이라는 지론 아래 각지의 자연과 사적지를 끊임없이 훑고 사생했던 한국 풍경회화의 거인이었다. 민족미술상(1991)과 금호미술상·이중섭미술상(1998)을 수상했다.
빈소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백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차려졌다. 장례는 3일 오전 7시30분부터 민족미술인협회장으로 치른다. 유족으로 부인 이영자씨와 아들 병권씨, 딸 수현·수진씨가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