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독주하던 극장가에 ‘무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일 개봉한 공포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가 <분노의 질주>를 추월해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분노의 질주>가 주로 30대 관객 동원으로 흥행을 이어갔다면, <컨저링 3>는 극장 주요 관람층인 20대를 극장으로 소환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사 위기에 처한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컨저링 3>에 이어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여고괴담 6: 모교>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공포물이 극장가를 심폐소생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컨저링 3>는 지난 4∼6일 사흘 동안 29만4000여명(매출액 점유율 37.6%)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19일 개봉해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줄곧 흥행가도를 달린 <분노의 질주>가 선두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이날 기준 <컨저링 3>의 누적 관람객 수는 34만5763명이다.
영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 스틸컷. 오컬트무비의 원조 <엑소시스트>의 오마주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컨저링 3>의 흥행 기류는 실제 극장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강남구 역삼동 씨지브이(CGV) 강남에는 모처럼 영화관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매표창구 앞은 10~20대로 보이는 젊은 관객들이 대부분으로 40대 이상 관객은 찾기 어려웠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역수칙으로 인한 띄어 앉기를 고려하면 이용 가능한 거의 모든 좌석이 관객으로 들어찼다. 이날 <컨저링 3>를 보러 극장을 찾은 대학생 이수진(23)씨는 “코로나 이후 1년여 만에 극장에 온 거 같다”며 “티브이나 휴대전화로만 영화를 보다 스크린으로 보니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라고 했다. 직장인 김현우(28)씨도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극장계가 조금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극장에선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이 잘 지켜졌다.
<컨저링 3>가 영화의 주 소비층인 10~20대를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는 점은 씨지브이의 관객 연령 분석으로도 뒷받침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가 <컨저링 3>의 흥행에 주목하는 이유다. <분노의 질주>가 시리즈를 섭렵해온 30~40대 관객의 지지 속에 흥행을 이어온 데 반해, <컨저링 3>의 관객들은 공포물의 주 소비층인 10~20대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기준 씨지브이 관객 분석을 보면, <컨저링 3>의 연령 분포는 20대가 1위(40%)였고, 30대(23%)와 40대(15%)가 뒤를 이었다. 특히 12살 관람가인 <분노의 질주>를 본 10대가 전체의 2%에 불과한 데 비해, 15살 관람가인 <컨저링 3>를 본 10대는 14%나 돼 공포물의 주요 관객층이 저연령층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지난달 19일부터 7일까지 관람 연령 분포를 보면, 10대 관객의 점유율은 7%였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컨저링 3>는 퇴마사인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에 등장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981년 미국 코네티컷주 브룩필드에서 19살 청년이 술에 취해 집주인을 여러차례 공격해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다. 재판에서 청년은 ‘악령이 시켜서 벌인 일’이라는 주장을 편다. 악마의 존재를 믿던 워렌 부부는 저주의 기원을 찾아나서면서 놀랍고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한다. <컨저링> 시리즈의 창시자인 제임스 완이 각본·제작에 참여했고 <요로나의 저주>(2019)를 연출한 마이클 차베스가 감독을 맡았다. 악마를 묘사한 시각적 공포보다 소리와 장면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물의 관습을 잘 따르고 있다.
영화 <여고괴담 6: 모교> 스틸컷. 케이티에이치 제공
영화계는 <컨저링 3>가 몰고 온 젊은층의 극장 귀환이 오는 16일과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호러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여고괴담 6: 모교>로도 이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한국 공포 애니메이션 <클라이밍>(16일 개봉)과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제작한 타이 공포영화 <랑종>(7월 개봉)도 기대를 모은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극장가에 공포물이 새로운 소생의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직까지 극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고 방역수칙을 선제적으로 더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만큼 안심하고 극장을 찾아달라”고 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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