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로 침체한 영화계를 되살리기 위해 극장과 유료방송업계가 제 살을 떼어주며 파격 지원에 나섰다.
씨지브이(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속한 한국상영관협회는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중재로 배급사들과 수차례 논의를 거친 끝에 올여름에 개봉하는 영화 <모가디슈>와 <싱크홀>에 대해 총제작비의 50% 회수를 보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영화 티켓 매출은 극장과 배급사 쪽이 ‘5 대 5’로 나눠 갖는데, 두 영화의 경우 총제작비 50%에 이르는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극장이 매출 전액을 배급사 쪽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작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입게 될 손실을 극장 쪽이 분담하겠다는 의미로, 배급사의 흥행 리스크를 줄여 대작들도 안심하고 극장 개봉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유료방송업계도 고통 분담에 나섰다. 아직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상태에서 인터넷티브이(IPTV)에 공개하는 ‘극장 동시’ 영화나, 극장 개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공개하는 영화에 대해 기존 분배율보다 많은 매출의 80%를 배급사 쪽에 지급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배급사에 지급하는 정산금보다 최대 20%포인트 더 올린 것이다.
극장업계와 유료방송업계는 <모가디슈> <싱크홀> 외에도 한국 영화 개봉작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배급사들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대작 영화의 개봉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최소한의 리스크 보장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극장업계와 유료방송업계가 이번에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이번 결정이 나온 배경에는 한국 영화 대작이 개봉해야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영화시장도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극장업계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관객 1인당 1000원의 개봉지원금을 배급사에 추가로 지급했지만, 한국 영화 대작 개봉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높은 한국 영화들은 극장 개봉을 주저해 왔다.
영진위 관계자는 “영화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한국 영화 대작 개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영화업계 전체가 공감했다”며 “이번 결정은 극장업계와 유료방송업계, 배급업계가 영화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자율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극장업계와 유료방송업계는 “영화업계가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관객들에게 더 좋은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이번 개봉 지원을 포함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백신의 빠른 보급과 맞물려 주춤했던 한국 영화의 개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객들이 더 큰 성원과 사랑을 보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윤석·조인성이 주연을 맡고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모가디슈>와 차승원·김성균·이광수 등이 출연한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은 7~8월 개봉 예정으로, 아직 정확한 개봉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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