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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그들이 못이룬 건 결혼이지 사랑이 아니다’

등록 2006-04-30 18:17수정 2006-05-01 10:23

다큐 ‘너는 내 운명’…말기암 약혼녀 예식 앞두고 보낸 노총각의 간병기
문화방송 가정의달 특집 5부작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문화방송이 1일부터 5일까지 매일 밤 11시에 ‘사랑’을 주제로 한 휴먼 다큐멘터리 5부작을 특집으로 편성했다. 지난달 26일 그중 ‘너는 내 운명’(연출 유해진)편의 시사회가 열렸다.

5월 3일 방송되는 ‘너는 내 운명(사진)’은 9살의 나이, 학벌차를 극복하고 사랑을 키우던 여대생 서영란(28)씨와 생선을 팔던 노총각 정창원씨(37)가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공유하려 했던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말기 간암 선고를 받은 영란씨의 곁을 가족을 대신해 2년동안 지켰던 창원씨는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결혼식을 계획한다. 그러나 이들의 애처로운 희망은 영란씨가 결혼식 전날 의식을 잃으면서 이루어지지 못한다. 기록이라고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처음부터 관찰자의 자리를 지키는 일을 배제한 듯 하다. 2005년 10월부터 이들을 좇기 시작한 카메라는 영란씨가 암 병동에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살아있던 아름다운 일상의 나날부터 숨을 거두기 직전의 순간까지를 고스란히 ‘가족’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1인칭 시점의 나레이션은 거리두기를 더욱 어렵게 한다. <9시 뉴스데스크>의 박혜진 아나운서가 영란씨의, 김성주 아나운서가 창원씨의 나레이션을 맡아 둘의 속말까지 전한다. 주인없는 웨딩드레스와 결혼반지는 시청자들에게 ‘그들이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것은 결혼이지, 사랑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듯 하다. 이들에게 가족이 된다는 것은 사회에게 허락받기 위한 일이 아니라, 서로를 위안하고 삶을 이어가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으리라.

가정의 달 특집이라고 하지만, 다른 <사랑> 연작들에도 가족‘제도’에 대한 충성심은 보이질 않는다. 엄마 아빠가 각각 아이들을 데리고 재혼한 가정 이야기를 다룬 ‘뻐꾸기 가족’, 160번 선을 보고 퇴짜를 맞았던 농촌총각이 드디어 아내로 맞은 25살이나 어린 베트남 처녀에 대한 일방통행과도 같은 사랑 이야기 ‘나는 사랑일까?’, 결혼 17년 만에 떠나보낸 아내에 대한 뒤늦은 사랑 고백 ‘아내, 김경자’ 편 등은 모두 소재에서부터 제도적인 가족에게 인사치레라도 남기고, 대가족식 화해를 종용하던 가족 다큐멘터리의 습관을 건너뛴다. 제작진은 “가족의 만남과 웃음, 이별과 사랑을 깊이 있게 담기 위해 길게는 3년간 공을 들였다”고 했다. 오랜 시간 삶에 밀착해 찍다 보니 질긴 핏줄이나 안온한 가족의 울타리를 찬미하는 시각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진 가족 다큐멘터리가 나온 듯 보인다. 가족주의를 걷어내고 발견하는 가족의 참모습은 사랑 일색이지만, 뜻밖에 생산적인 모습이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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