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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그 남자를 여자로 생각했었죠”

등록 2006-06-04 22:25수정 2006-06-05 11:26

KBS ‘미스터 굿바이’서 동성애자 역할 호연한 허정민
〈닥터 깽〉의 김정태, 〈연애시대〉의 이하나 등 요즘 드라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조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허정민(25)도 그 중 한명이다. 〈미스터 굿바이〉(한국방송2 월·화 밤 9시55분)에서 동성애자 ‘로니’ 역을 맡아 1, 2회 잠깐 출연한 그를 보고 누구냐는 시청자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

5월30일 홍대앞 한 카페에서 만난 허정민은 “처음엔 동성애자 커플 역을 맡았다고 했을 땐 ‘미쳤냐’는 이야기도 들었을 만큼 주변의 우려가 컸지만 방영 후에는 오히려 하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이런 반응을 생각지 못했다고 말한다.

로니는 철저히 허정민에 의해 탄생했다. 감독도, 작가도 “모르겠다”며 그에게 잘 키워 보라고 했다. “시놉시스에도 없는 인물이에요. 아무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어요. 여태껏 과장됐던 동성애자 캐릭터와는 달랐으면 한다는 주문만 있었죠.” 그가 찾은 해답은 ‘절제’였다. “동성애 사이트도 가 보고 영화도 보고 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그들의 느낌과 문화를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몸짓은 영화 〈헤드윅〉을 참고했고 손짓은 초등학교 때 배운 한국무용이 도움이 됐어요.”

그 결과 동성애자 캐릭터를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남자와 손을 잡고, 사랑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기 위해서는 제 안의 틀부터 깨야 했어요. 거부감과 이러다 이미지 굳어지는 건 아닐까 조바심내는 것을 잊어야 했죠.” 그러나 공항 장면에서 뽀뽀하는 애드리브를 펼치는 등 “연기만큼은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한다. 현지 스태프들은 그를 실제 동성애자로 생각했고, 실제 동성애자인 상대 배우는 “말만 통했으면 더 친해지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측근에게 전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남자를 여자로 생각하자’는 자기 주문이 통한 것 같아요.”

뜻밖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출연기간을 연장하고픈 욕심이 없는 것도 오히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7회부터 이혼하고 한국에 돌아오는 걸로 재등장하는데 여기서 끝내는 게 오히려 로니라는 캐릭터를 살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한국에 돌아오고 나면 무슨 이야기가 더 있을지, 우습게 바뀌어 버리지는 않을지 걱정돼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문차일드라는 가수로도 활동한 경력 14년의 배우 허정민. 그러나 ‘동생 전문 배우’라는 애칭이 붙었을 만큼 오랫동안 비슷한 역만 맡아왔던 그에게 로니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인 듯 보인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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