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구촌 곳곳의 월드 뮤직 요소를 녹여낸 데뷔 앨범을 발표한 밴드 두번째달의 멤버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선열(드럼·퍼커션), 발치뇨 아나스타치오(퍼커션·보컬), 린다 컬린(보컬), 박진우(베이스), 최진경(키보드·멜로디언), 김현보(기타·만돌린), 조윤정(바이올린), 박혜리(키보드·아이리시휘슬). ‘월드 뮤직’이라는 음악 갈래가 있다. 유럽 변방,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영미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전통 음악 색채를 담은 현대 음악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도저히 한 부류로 볼 수 없는 갖가지 음악들을 굳이 ‘세계의 음악’이란 뜻의 이름을 붙여 하나로 묶은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주류가 된 영미권 음악이 일반적인 음악이며, 다른 음악은 특별한 소수 음악이라는, 영미권 중심의 인식이 깔려 있다. 켈틱·중동·남미등 세계음악
데뷔 앨범서 다양하게 소화
이국적 영상 눈앞에 좌르르 편식에 물려서인지 세계인들은 이제 월드 뮤직을 향해 귀를 활짝 열어가는 추세다. 영미권 음악이 절대적인 주류로 자리잡은 국내에서도 최근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다. 국악에 뿌리를 둔 우리만의 월드 뮤직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런 가운데 국악이 아닌, 말 그대로 월드 뮤직 자체에 뿌리를 둔 음악을 하는 이들이 나왔다. ‘에스닉 퓨전 밴드’라 스스로 이름붙인 두번째달이 데뷔 앨범 <두번째달>을 낸 것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드라마 <아일랜드>의 주제곡 ‘서쪽 하늘에’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아일랜드 전통 음악인 켈틱풍의 연주곡으로, 애절한 바이올린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이번 데뷔 앨범에서 켈틱 음악뿐 아니라 중동·남미·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의 음악을 고루 녹여냈다. 한 밴드가 이처럼 다양한 월드 뮤직의 요소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아일랜드 출신 밴드 치프턴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지난 2002년 발표한 결성 40주년 기념 음반에서 켈틱 음악을 기반으로 자메이카의 레게, 텍스-멕스 음악(멕시코 음악을 섞은 미국 음악), 중국 전통 음악 등을 섞어, 진정한 월드 ‘와이드’ 뮤직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프리카 타악기와 켈틱 음악이 절묘하게 뒤섞인 첫곡 ‘여행의 시작’이 여정의 첫걸음을 알리는 신호탄을 올리면, 이미 귀에 익은 ‘서쪽 하늘에’가 흘러 나온다. 중동의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이클립스 오브 더 레드 문’, 3박자 왈츠 리듬에 흥겨우면서도 어딘지 구슬픈 멜로디의 ‘더 보이 프롬 원더랜드’, 남미의 탱고 리듬에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담긴 ‘고양이 효과’, 5음계 위주의 단조로 이뤄져 특히 애절한,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느낌이 드는 ‘얼음연못’ 등이 이어진다. 독특한 실험성이 엿보이는 ‘꽃개구리 3부작’ 연주곡과 ‘커뮤니케이션’ 등 아일랜드 출신 보컬 린다 컬튼이 들려주는 아이리시 포크 곡들도 놓칠 수 없다.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퍼커션 연주자 겸 보컬 발치뇨 아나스타치오가 ‘서쪽 하늘에’를 포루투갈어로 노래한 마지막곡 ‘세우 도 웨스트’가 여행의 종착점을 알리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 느낌이다. 발치뇨는 두번째달의 음악을 우연히 듣고 감동해 앨범 작업에 선뜻 동참한 특별 게스트다.
“우리의 음악을 들으면 이국적인 영상이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우리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가보지 못하는 장소를 음악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음악을 하게 됐어요. 음악을 통해서라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장소라도 갈 수 있을테니까요.” 이들은 25~26일 서울 종로 소극장 반줄(02-730-5437)에서 공연을 한다. 또 4월9일에는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02-559-1333)에서 대형 공연을 한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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