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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한국민중 때묻은 삶 리얼리즘 추구 오세영 화백

등록 2005-02-24 17:24수정 2005-02-24 17:24

“실감나네∼”

남북 단편소설 19편 만화로

한국적 정서를 가장 잘 그려내는 만화가로 꼽히는 오세영(50)씨가 우리 단편소설을 만화로 옮긴 <오세영-한국 단편소설과의 만남>(청년사 펴냄·3만원)이 나왔다. 19편의 단편을 실으면서 무려 800쪽을 넘긴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이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북한 단편이 주를 이룬다. 림종상의 <쇠찌르레기>, 월북 작가 김사량의 <토성랑>, 김만선의 <홍수>, 이근영의 <농우>, 이태준의 <복덕방> <아담의 후예> 따위가 그렇다. 이름조차 쉽게 들먹일 수 없었던 작가들이다.

남쪽 작가의 작품 역시 그간 대표 단편 몇 개만 편식하던 우리를 비웃는 듯하다. 채만식의 <맹 순사> 박태원의 <오월의 훈풍>은 웬만한 독서광이 아니고서야 낯설다.

특유의 전통화 기법은 대단히 민중적이며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오 화백의 작가정신을 잘 대변한다. 주로 책의 배경이 20세기 전반인데, 그 복판을 관통했던 한국인의 때묻고, 구겨진 표정이 그대로 살아있다.

오 화백의 만화가 단순히 낯선 단편들을 손쉽게 보도록 해주는 지렛대가 아닌 까닭이다. 대사나 인물, 배경과 사건은 물론, 이면의 감정선까지 시각화시켜 원작을 더욱 풍부하게 피워올린 풀무가 되고 있다.

생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의 절망감이 시적으로 그려진 <까마귀>(이태준), 외딴 마을의 신작로로 문명의 이기가 함께 가져다준 불행이 극적으로 묘사된 <봄과 신작로>(최명익), ‘토성랑’이라는 버려진 땅으로 목숨만을 부지하기 위해 내쫓겨온 1930년대 비루한 민중들이 원저보다 빠르고 간결하게 다뤄진 <토성랑> 등등. 남, 북 작품 속 ‘서정’의 뿌리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이렇게 명확해진다.


오 화백을 두고 박재동 화백은 ‘소똥을 그릴 줄 아는 작가’라고 칭한다. 바닥의 삶을 향한 따뜻한 시각이 필체에 서린 까닭이다. 책은 1993년부터 만화잡지에 연재되다 99년 네 권의 책으로 나왔던 <오세영 중·단편 만화문학관>을 한 권으로 묶어 낸 것이다. 대여점을 중심으로 유통되며 생명이 짧았던 대표 만화가들의 책에 다시 숨을 불어넣고, 우리 만화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취지가 숨어 있다. 지금까지 이희재·박흥용·이두호의 작품이 새롭게 정리되어 독자를 만났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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