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지대 큐’ 외주제작 김영임 피디, 찜질방 술집 등 종횡무진
“얼굴 안 나오죠?” “으이그, 인터뷰하는데 어떻게 얼굴이 안 나와요? 그럼 입만 나오라고?”
한국방송 2텔레비전 〈무한지대 큐〉(연출 김성기, 월~목 저녁 7시10분)를 만드는 외주제작사 허브넷의 김영임(32·사진) 피디, 14일 밤 10시, 서울 종로의 어느 술집 주인과 입씨름 중이다. 현장 상황은 언제나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아 6㎜ 카메라를 든 순간 그는 작가, 연출가, 카메라 감독으로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도심 속 이색 피서 명당’을 찾아 취재를 시작한 지 사흘째. 이날은 자양동 야외수영장이 있는 찜질방에서 3시간이 넘는 취재를 마치고 두 번째 촬영을 시작한 터였다. 김 피디는 ‘공포 술집’ 분위기에 맞게 소복을 입은 종업원들과 술집 분위기를 즐기는 손님들, 그리고 마네킹 손 위에 올려진 골뱅이무침 같은 엽기 안주를 찍느라 분주했다. 이곳에서의 촬영도 새벽 1시가 가까워서야 끝이 났지만 촬영분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는 집이 아닌 사무실로 향한다.
50분물인 〈무한지대 큐〉는 보통 네 꼭지로 진행된다. 일주일에 4일을 방송하다 보니 외주제작사도 허브넷을 포함해 3곳이나 된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동원되는 피디만 35명, 작가도 30명에 이른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전국 팔도는 물론 국외까지 뛰어다닌다”는 피디들은 자신이 맡은 10분짜리 한 꼭지를 위해 6㎜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길을 나선다. 김 피디 역시 그 중 하나다.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초상권을 얘기하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어렵지만, 인터뷰에 응하고도 카메라 앞에서 표정 굳고, 말이 짧아지는 사람들도 문제다. 끊임없이 말을 걸고 요구해야 ‘그림’이 카메라에 담긴다.
아이템 선정에 이틀, 촬영이 나흘이면 나머지 시간은 편집하느라 보낸다. 편집이 끝나면 방송 당일 새벽 4~5시에 내부 시사회를 벌인다. 부족한 것이 발견되면 재편집에 들어간다. 작가와 함께 자막을 입혀 1시에 최종 편집본을 만들고, 음악과 내레이션을 뒤섞어 테이프를 완성한다. 그럼 다시 또 시간 전쟁이다. 방송을 앞두고 편집이 끝난 피디 순으로 여의도 사무실에서 방송국을 향해 릴레이 경기를 시작한다. 김 피디도 자신의 꼭지가 방송되는 18일 화요일, 방송시간을 맞추려고 방송국으로 헐레벌떡 달려가고 있을거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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