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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이승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기분이었는데”

등록 2005-01-06 19:43수정 2005-01-06 19:43

⑥ 뮤지션 이승열

이승열(35)은 언제나 과소평가돼온 뮤지션으로 꼽힌다. 그는 2003년 12월 발표한 1집 앨범 〈이날, 이때, 이즈음에…〉로 지난해 3월 열린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남자가수’ 부문 후보에 동시에 올랐다. 이 상은 문화연대 등이 기존 방송사들이 주최하는 가요상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안적인 가요상을 추구하는 뜻에서 제정한 것이다. 비록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음악성을 인정받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음악을 몰랐고, 앨범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과소평가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이민생활 도중 동료 방준석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결성한 밴드 유앤미블루는 1994년 데뷔 앨범 〈낫씽스 굿 이너프〉와 96년 2집 〈크라이… 아워 워너 비 네이션!〉을 발표했지만,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이승열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97년 초 밴드가 해체됐고, 이승열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기존의 어떤 곡과도 닮지 않은 독특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담은 두 앨범은 훗날 ‘한국 최초의 모던 록 앨범’, ‘저주받은 걸작’ 등 뒤늦은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이미 절판된 앨범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고가로 거래되다 지난해 재발매되기도 했다. 계란으로 친 바위에 살짝 생긴 균열이 뒤늦게 갈라진 셈이다.

11년의 시도만에
“저주받은 걸작”이라며 뒤늦게 주목받은 감각
“문득 깨달았어요 대중음악은 즐거워야한다고”

이승열의 솔로 앨범을 접한 이들은 그의 목소리를 세계적인 록 밴드 유투의 보컬 보노와 곧잘 비교한다. 묵직하고 힘이 넘치는 저음과 깨끗하게 뻗어나가는 고음이 닮았다. 타이틀곡 ‘시크릿’을 들으면 특히나 그렇다. 영화 〈…ing〉에 삽입된 ‘기다림’과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삽입곡 ‘비상’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록에 솔·블루스·재즈적인 요소를 버무린 이 앨범은 국내 대중가요 수준을 한층 높였지만 대중적 흡입력을 갖는 ‘훅’(후렴구)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인상적으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부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공연장에서 제가 만든 노래보다 유투 등 다른 유명 밴드의 곡을 부를 때 관객들은 물론 저도 더 신이 나더군요. 곡을 만들 때 나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만 고집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던 겁니다. 문득 대중음악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나만의 스타일은 고수하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선율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낀 거죠.”

일단 지난해 말 가수 박기영에게 만들어주고 듀엣으로 부른 곡 ‘머시’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승열 특유의 색깔을 품으면서도 듣는 이를 단숨에 빨아들이는 강렬한 훅을 들려줬다. 그는 올 상반기 안에 발표할 2집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온 힘을 쏟고 있단다. 그가 2005년을 음악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한국 대중가요계에 한 획을 긋는 해로 장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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