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소년가장 밀수 심부름 내몰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교 낮 1시50분)=이란 감독 바흐만 고바디의 2000년 영화다.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등을 받았다.
이란과 이라크의 오랜 전쟁으로 황폐해진 국경 마을. 소년 가장 아윱은 아픈 형 마디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밀수 심부름꾼이 된다.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밀수는 양국 국경수비대의 눈과 지뢰를 피해야 하고, 무장괴한의 위협도 감수해야 한다. 또 짐을 나르는 말과 노새들에게 술을 먹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혹독한 추위도 견뎌야 한다. 아윱은 밀수꾼들을 따라 이라크로 가서 누나의 ‘신부값’으로 받은 노새를 팔아 마디를 수술시키겠다는 계획으로 또 한번 밀수행렬에 합류한다.
아윱과 형제들은 가혹한 삶 속에서도 착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형제애를 보듬어 안기는커녕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고, 그래서 영화는 가차없이 냉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쿠르드족의 현실을 냉정하게 들이대면서 눈시울을 덥히는 건 이 영화의 슬프지만 커다란 매력이다. 15살 이상 시청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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