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첫 사례…영화 완성
극장과 텔레비전에서 비슷한 시기에 상영하는 프리미어의 국내 첫 사례인 티브이 공포영화 4부작 〈어느날 갑자기〉의 성적표가 나왔다. 씨제이(CJ)엔터테인먼트와 에스비에스가 공동제작한 〈어느날 갑자기〉는 디브이디, 비디오, 텔레비전의 차례대로 매체를 옮겨가던 기존 영화 배급방식과 달리, 안방과 극장 중 원하는 곳에서 본다는 독특한 개봉 방식을 택한 국내 첫 제작물이다. 지난 7월20일부터 1주일 간격으로 ‘2월29일’ ‘네번째 층’ ‘디데이’ ‘죽음의 숲’을 차례대로 개봉하면서 총 11만4300명의 관객을 모았다. 편당 관객동원수로 보자면 흡족한 수준이 아니지만 4편에 24억원을 들인 저예산 영화치고 성공했다는 평이다.
극장 상영을 시작한 셋째 주부터 에스비에스에서 전파를 탔다. 11일 방송된 ‘2월29일’은 8.3%, 12일 ‘네번째 층’은 7.0%, 18일 ‘디데이’는 13.7%, 19일 ‘죽음의 숲’은 11.6%의 시청률을 보였다.(에스비에스 자체 집계 결과) 씨제이엔터테인먼트 홍보부는 “저예산 영화라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자체적으로는 성공했다는 평”이라고 했으며, 에스비에스 쪽도 “그 시간대 기존 시청률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여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전국적으로 전파를 탄 영화지만 서울 코엑스 아트홀에서 다음달 1일부터 한달 동안 4편이 모두 연장상영된다.
국외배급을 담당하는 씨제이엔터테인먼트는 오는 9월7일 토론토 영화제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와 미국 등의 마켓에서 판매도 나선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케이블, 티브이, 디브이디 등의 다채널 동시판매가 가능한만큼 4개 작품을 한꺼번에 수출하는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어 국내 첫 제작물의 성공은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영화사와 방송사가 공동제작하면서 판매와 배급이 자유로운 국내 제작물이다 보니 극장과 방송의 동시 상영이 가능했다. 극장을 보유한 거대배급사와 손잡아 전국 스크린 12개에서 개봉이 가능했을 정도로 극장 선점이 쉬웠던 것도 성공 요인이었다. 시청자들 처지에서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빠르고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방송과 영화의 동시 상영이 화제를 낳아 홍보도 두 배 넘어 효과를 거뒀다. 공포영화로서의 〈어느날 갑자기〉의 완성도에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지만, 일단은 제작과 유통형식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케이블 위성 채널의 주도로 〈동상이몽〉 〈코마〉 〈열번째 비가 내리는 날들〉 등 티브이 영화들의 자체 제작이 늘고 있는 요즘, 〈어느날 갑자기〉가 받은 평균 이상의 평가는 이후 제작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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