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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그냥 쳐봤는데 정말 웃긴대요

등록 2006-09-13 20:02

관객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
벌써 ‘마빡이’ 이후 고민돼요
‘마빡이’ 인기 개그맨 정종철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개그콘서트〉 연습실. ‘골목대장 마빡이’ 정종철(29)이 이마를 쳐댄다. “우리 개그는 아무 의미가 없어. 그냥 웃기려고 만든 것이여.” 얼빡이(김시덕), 대빡이(김대범)가 뒤따라 등장할 때쯤이면 마빡이는 숨을 헐떡인다. “이 개그는 이게 끝이여.”

개그맨들이 맞고 넘어지며 웃음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오래됐지만 ‘마빡이’는 개연성 따위는 약에 쓰려야 찾을 수 없도록 황당하게 슬랩스틱의 끝장을 보여준다. 그래서 낯익으면서 동시에 낯설다.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허무개그는 지난달 말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서 첫 방송을 탈 때부터 앙코르를 받았다.

‘마빡이’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탄생했다고 한다. “군대 제대한 뒤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2000년에 소극장 무대에 올린 거예요. 그냥 저 혼자 나가서 이마를 쳤죠. 3~4년 하다가 지난달 다시 올려보니 반응이 좋았어요. 방송에 적합할지 걱정이 됐죠. 정확한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관객의 호응과 애드리브가 핵심이니까요.”

그렇다고 무대에서 느낌 따라 대충 때우지는 않는다. 대본도 행동도 미리 짠다. “소극장 공연이나 리허설 때 애드리브를 쳐봐요. 그중에 가장 웃기는 걸 외워뒀다가 녹화 때 보여주는 거죠. 근데 가끔 제가 친 대사도 생각이 안 나요.”

‘게임맨’, ‘갈갈이 삼형제’, ‘옥동자’ ‘옥장군’…. 게 눈 감추듯 스타들이 사라지는 개그계에서 그는 아이디어를 쥐어짜며 살아남았다. “제 모든 걸 보여드린 셈이죠. 그래서 지금이 제일 힘들어요. 신인들이 여섯달씩 끌고 갈 수 있는 소재도 제가 하면 3~4주 만에 식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는 “‘마빡이’는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한 주 한 주 버티려고 짜는 때가 오면 바로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벌써 ‘마빡이’ 이후가 고민이다.

“〈개그콘서트〉 같은 공개 코미디가 시작된 지 7년 됐죠. 다른 형식도 고민해 봐야죠. 옛 비공개 코미디를 그대로 다시 가져올 수는 없을테니까요. 장기적으로 어린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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