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인’ 이선균, KBS2 ‘도망자 이두용’에서 날라리 형사로
<태릉선수촌>에서 잔잔한 연기로 호평받은 이선균이 4부작 초미니시리즈 <도망자 이두용>(한국방송 2 수목 밤 9시55분)에서 ‘날라리’ 형사 노철기로 등장한다.
이선균이 도망자를 좇는 형사가 된 건 순전히 의리 때문이다. 드라마시티 <연애>에서 만나 “술친구이자 조언자”가 된 박지숙 작가가 자신의 첫 장편드라마에 도움을 청했다. “영화 <잔혹한 출근> 촬영 막바지에 연락을 받았어요. ‘작품 들어간다 하자’고 해서 ‘할까?’ 그랬는데 며칠 뒤 기사가 났더라고요.(웃음)” 소심한 A형이라 낯을 가린다는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인간관계”라고 했다.
<도망자 이두용>에서는 이런 사람과 사람의 끈이 드라마를 이끈다. 그가 연기한 철기는 승승장구하다 선배의 잘못을 뒤집어쓰고 정직 당한 뒤 복귀한 인물이다. 조직의 음모로 도망자 신세가 된 이두용(홍경민)과 보이지 않는 동질감을 형성한다. 안하무인일지언정 욕을 먹어서는 안 되고 동병상련의 감정은 냉철함 속에 숨겨두어야 한다. “노는 애 같은데 미워할 수 없고, 대충하는 것 같은데 완벽해야 하는 등 작가의 주문이 많았어요. 과장되게 연기해야 하는 건지, 멋지게 가야되는 건지 이토록 헷갈린 적이 없었어요.” 결국 대사가 재미있는 드라마의 장점을 살려 코믹하게 가자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촬영 첫날부터 감기가 심하게 걸려 한 달 촬영에 반은 아픈 상태로 찍었다”며 “액션신에서 좀 더 과격하게 연기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꼽는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이선균은 텔레비전 시스템에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1년 시트콤 <연인들>로 데뷔한 뒤 단막극을 제외하곤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러브 홀릭>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눈 밝은 시청자들에게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일찌감치 낙인됐다. <태릉선수촌> <후> <연애> 등 단막극에서 일상적인 연기를 소화하며 마니아층도 형성했다. 그러나 작품마다 조금씩 얻는 관심이 스타로 거듭나는 날개가 되어주진 못했다.
“주연급도 아니고 처음 등장하는 신선한 얼굴도 아니니 외모나 대중적 인지도나 뭔가 2%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작정하고 흥행 잘되는 작품을 선택해야 하나 요즘 들어 고민도 되요.” 그러나 <포도밭 그 사나이> 최종미팅에 가서 경쟁자였던 오만석을 두고 “만석이는 부산에 살아서 사투리도 잘해요”라고 말하고 돌아 온 그다. “제가 워낙 계산적이지 못해요. 지금 뭔가 딱 치고 올라서야 될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욕심낸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너무 싫은 거에요. 그냥 하던대로 차근차근 열심히 하면 되는거지.”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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