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마지막회 SBS ‘내 사랑 못난이’의 김유석
보육원 동기였던 차연과 호태가 험한 세상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금요드라마 〈내 사랑 못난이〉(에스비에스, 극본 정지우, 연출 신윤섭)가 13일 20회로 막을 내린다. 8월11일 첫 방송 때 12.9% 시청률을 시작으로 9월22일에 방영된 14회에서는 28.3%라는 높은 시청률(티엔에스 미디어코리아)을 기록했다. 9일 에스비에스 일산제작센터에서 마지막 회를 촬영중인 호태 역의 김유석(39)을 만났다.
6월 첫 촬영 이후 다섯 달 동안 이 작품에만 매달린 김유석은 나사가 하나 풀린 듯 어리숙하지만 인간미 철철 넘치는 호태의 모습을 완성했다. 전작 〈인생이여 고마워요〉의 카리스마에 뛰어난 실력까지 갖춘 내과의사 ‘이인석’, 〈굳세어라 금순아〉의 착실하고 모범적인 장남 ‘노시완’, 〈토지〉의 독립투사 ‘김환’ 등 무거운 이미지를 벗었다. “호태는 배려심이 깊고, 사람을 좋아해 마음에 드는 이들에게 간, 쓸개까지 다 내줄 것 같은 친구죠.” 그는 호태의 따뜻한 인간미와 긍정적인 사고방식 등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농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호태가 인생의 영웅으로 생각하는 허재를 만난 뒤 펑펑 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누가 허재를 만났다고 울어요? 그런 호태가 사랑스러워서 혼신을 다해 연기했는데 그 장면이 편집됐을 때 손가락이 잘리는 듯했어요.”
그는 4년 동안 러시아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강의하고 있는 학구적인 배우지만 작품에서는 몸고생을 많이 한다. 데뷔작 〈강원도의 힘〉 촬영 때는 5층 건물 난간에 매달리더니 〈내 사랑 못난이〉에서도 4층 높이의 건물 옥상에 매달리는 아찔한 장면을 찍었다. 차연이(김지영)부터 시작해 승혜(왕빛나), 동주(박상민) 등 다른 배우들한테 두들겨 맞는 장면도 많았다. 계속되는 밤샘 촬영도 힘겨웠다. “몸무게가 4㎏이나 빠졌어요. 새벽 4시쯤 집에 들어갔다가도 다음 촬영 때문에 바로 나와요.”
매일 촬영 강행군을 하느라 피곤하지만, 짬짬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연기할 때 동료 배우들 사이의 교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들과의 소통의 시간이 우선이라고 한다.
“연기는 탁구처럼 상대 배우와 공을 주고받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 배려, 신뢰 등이 필요해요. 배우로서의 나를 움직이는 원천이 상대 배우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에는 세상을 증오하고 인생 끄트머리에 서 있는 배역을 꼭 하고 싶다”지만 그때도 그는 뒷골목의 외로운 영웅이기보다는 다른 배우들과의 협업으로 더욱 빛나는 배우일 듯하다.
글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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