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환상의 커플’ 내일 첫방영…기억상실 재벌 상속녀 얘기
문화방송 〈발칙한 여자들〉 후속으로 오는 14일부터 방영되는 〈환상의 커플〉(토·일 밤 9시40분)은 1987년 개봉한 동명 영화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재벌가 상속녀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가난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에피소드를 코믹으로 버무렸다. 드라마 주인공 열 중 셋은 걸린다는 기억상실증에, 10년 전 소개된 진부한 이야기를 브라운관으로 불러들인 시도가 먹힐까? 지난 10일 만난 홍정은(33·사진 왼쪽)·홍미란(30·오른쪽) 작가는 “우리 드라마는 환장하게 웃긴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코미디는 없었습니다. 식상한 소재를 독특한 캐릭터와 구성으로 비틀어 신선한 재미를 추구해 보겠습니다.” 남편 빌리 박(김성민)의 비중이 늘고 영화엔 없던 인물 오유경(박한별)이 나오며 상당 부분 영화와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고 한다. 특히 여주인공 안나 조(한예슬) 캐릭터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두 작가는 〈쾌걸춘향〉 〈마이걸〉에서 재벌 2세, 출생의 비밀 등 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성춘향과 주유린이라는 유쾌한 여주인공 캐릭터로 색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솜씨를 부렸다.
“이번엔 조금 다릅니다. 착한 구석 전혀 없이 오만하기만 한 여자라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미움 안 받고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만들까 고민입니다.” 독특하고 강한 여성 캐릭터에 ‘꽂히는’ 편이라 여주인공들이 모두 활달하다면서 실제로도 남자에게 끌려다니는 여자는 싫다고 한다. 여자의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통쾌함도 기대할 수 있냐는 물음에 홍정은 작가의 대답이 재미있다. “극중 청순가련한 척 내숭떠는 유경을 안나가 대놓고 ‘깝니다’. 여자분들이 보시면 속이 후련하실 겁니다.”
‘홍자매’로 통하는 세살 터울의 자매 작가는 예능작가로 활동하다 2004년 극본 공모에 당선되면서 드라마 작가로 방향을 틀었다. 작품마다 기발한 상상력과 톡톡 튀는 에피소드 전개로 주목받았다. 이번 드라마도 연출을 맡은 김상호 피디가 힘에 부칠 정도로 만화 같은 상상 장면을 많이 넣었으며, 특히 이번엔 코믹뿐 아니라 호러장면도 넣었다고 한다. 작품마다 상상 장면에 집착하는 이유는 “드라마는 우선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캐릭터가 잘 드러나도록 에피소드를 많이 넣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우리 드라마의 특징입니다.”
“역마살이 껴서” 집에선 대본을 못 쓴다는 두 작가는 지금 남해에서 집필중이다. 〈마이걸〉 때는 속초에서 썼다. 실제 삶도 드라마처럼 예측 불가능하냐고 물으니 대답이 이렇다. “사람들이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 하는 걸 열 번은 겪는 게 드라마 아닐까요? 저희는 그 열번을 위해 우리를 버립니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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