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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김지수 “멜로를 계속해도 지루하지 않네요”

등록 2006-10-22 11:40

영화 ‘가을로’(감독 김대승, 제작 영화세상) 주연배우 김지수. 연합뉴스
영화 ‘가을로’(감독 김대승, 제작 영화세상) 주연배우 김지수. 연합뉴스
멜로영화 ‘가을로’ 여주인공 민주 역
부산영화제가 이 만큼 사랑하는 배우가 있을까. '탤런트' 김지수가 '영화배우'로 영역 확장을 시도한 후 유난히 부산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영화 데뷔작이었던 '여자, 정혜'가 2004년 이 영화제에서 소개되며 단박에 주목받은 데 이어 올해는 '가을로'가 영화제 개막작으로 뽑혀 그는 유지태ㆍ엄지원과 함께 개막식때 맨 마지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당히 레드카펫을 걸었다. 출연작 세 편 중 두 편이 부산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것.

"너무 좋게, 좋은 시선으로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좋은 평가에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지만 제 입으로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고 봐요."

최근 배우들 사이에서 영화와 TV 드라마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영화배우의 드라마 진출은 활발해도 탤런트의 영화 출연은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김지수처럼 오랜 기간 TV에서 견고한 이미지를 쌓아왔던 연기자에게는 넘기 까다로운 벽이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계에 빨리 뿌리내린 편.

김대승 감독은 김지수를 두고 "스스로 자기 길을 만들어가는데 믿음이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 진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제 영화의 맛도 알아가고 있을 텐데, TV와 영화 연기의 다른 점은 뭐냐'라는.

"제가 연기하는 건 똑같습니다. '영화 작업이, 스크린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라는 건 느끼지만 큰 차이는 없어요." 예상했던 대답이다. 배우가 연기하는 게 뭐 다를 것인가.

그럼에도 또 우문(愚問)을 계속했다. '드라마에서 많은 역할을 했지만 멜로 이미지가 강한 데다 영화도 주로 멜로 영화에만 출연하는데(그는 '가을로'에 이어 다음달 한석규와 공연한 멜로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고.


"장르를 떠나 저를 끌어당기는 요소가 있다면 가리고 싶지 않습니다. 일부러 멜로만 했던 것은 아니죠. 우연찮게 지금까지는 멜로가 가장 절 끌어당긴거에요. 개인적으로 멜로를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장르에 대한 욕구도 분명 있습니다. 나중에 40대가 돼도 근사한 멜로를 찍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역시 현답(賢答)이다.

서서히 '가을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로망스'에서 보여준 비현실적인 사랑과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해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제가 연기한 민주가 현실적이지만은 않은 '가을로'의 사랑, 그리고 너무나 현실적인 여자를 연기한 '사랑할 때 …'는 다같은 멜로 장르이지만 모두 다 다른 이야기에요. 그러니 멜로를 계속 해도 지루할 틈이 없죠."

김지수가 맡은 민주는 삼풍백화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여자.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을 불과 한 달 앞둔 채 사고로 죽는다. 영화는 민주가 남긴 신혼여행을 계획한 다이어리를 따라 현우(유지태)와 사고 당시 만난 세진(엄지원)이 여행지에서 만나 소중한 이를 추억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밝고 맑은 민주는 내레이션을 통해 이 둘의 여행에 동행한다. 그는 그 어느 때 보다 화사한 얼굴로 스크린을 채웠다.

"민주는 밝고 맑은, 햇살같은 여자에요. 똑같은 사물을 바라봐도 긍정적으로 보는 여자죠. 저런 여자가 죽었다면 남겨진 이들이 평생 가슴속에 묻고 살 것 같은. 정말 닮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그는 "민주를 연기하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민주가 영화 '가을로'의 좋은 느낌을 실어주는 여자라는 점에서 부담됐다. '가을로'를 보고나서 관객이 시 한 편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연과 닮아있는 캐릭터잖아요. 민주가 하는 대사들이 평상시 우리가 쓰는 어법은 아닙니다. 내레이션을 통해 들려지는 목소리가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해야 하는 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오버해서 말하면 닭살스럽고, 너무 잔잔하면 드라이하게 들릴 수 있어 수위를 조절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였죠."

어느 면에서 민주는 판타지적인 인물이다. 특히 첫사랑을 가슴에 두고 있는 남자들에게는.

나이가 그보다 어린 유지태와의 사랑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유지태의 공력이 대단하고, 실제 나이보다 더 성숙한 면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단다.

'가을로'에 대한 평은 분분하다. 어찌보면 한 영화에 대한 평가가 여러가지인 것을 당연한 일.

"전 제 작품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선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완벽한 작품이 어디있겠어요. 그리고 배우는 늘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이 있죠. 다만 단점이 있다면 이런저런 장점도 있다고 말할 뿐이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봐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김지수는 배우로서 멀리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비교적 잘 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제가 언제까지 주인공만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날 조연이 된다 해도 내 자리에서 잘 하고 싶은 생각이에요.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영화라는 장르가 늦게 시작해도 잘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무엇을 언제 시작하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다만 어떤 자세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운만 따랐던 것은 아니지만 운이 많이 따랐다는 점도 제겐 감사할 일입니다."

영화배우로서 잰걸음을 하고 있는 그가 대중의 정서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설 날을 그려본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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