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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지금은방송중] 광우병보다 위험한 언론과 정부

등록 2006-11-08 22:06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 미국 쇠고기 보고서’가 방영된 지 열흘. 〈KBS 스페셜〉 게시판엔 여전히 시청소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동영상들이 떠돌고, 온라인 서명운동도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연출자는 몹시 우울하기만 하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시간상의 제약과 제작역량의 미숙함이 화면에 드러나는 것 같아 늘 자괴감이 깊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종류가 다르다. 과감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크다. 우선 현재 세계 30여 나라로 확산되며 다양한 변종들로 진화하고 있는 광우병의 현재적 위협이 충분히 표현되지 못했다. 이미 알려진 전형적인 인간광우병 증세를 설명한 것이 고작이었다. 위험을 과장하고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두려웠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만 현재 1만4000명 이상이 인간광우병에 감염된 채 잠복기가 진행되고 있을 거라는 최근의 연구결과나, 과학자들의 반대에도 미국 정부가 그동안 보관해왔던 신경질환 환자들의 뇌 표본들을 전격 폐기했다는 ‘인간 광우병 은폐 의혹’은 아예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직접 촬영했거나 여러 시민단체들에서 제공받은 정말로 충격적인 영상도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저녁식사 시간에 방송되니 심하게 거슬리는 영상은 걸러낼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미국 축산업계가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연출자가 조금만 더 영악하고 용기있었다면 훨씬 더 충격적인, 그러니까 현실을 그대로 담은 보고서가 만들어졌으리라.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울한 일은 ‘광우병 보고서’의 내용을 누구보다도 뼈아프게 느껴야 할 주무 행정당국 대한민국 농림부와 일부 언론의 납득하기 힘든 태도였다. 농림부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전에 수차례 대책회의를 열고 “(프로그램에 나오는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으며,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런데 정작 방영 뒤 여론이 끓을 때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흘러 파문이 가라앉기만 기다리는 심산은 아닐까? 일부 언론은 몇몇 익명 시청자들의 비판적 반응을 근거로 서둘러 선정적, 편파적이라는 딱지를 붙이더니 곧 침묵에 들어갔다.

돌아보면 ‘광우병 보고서’는 너무 선정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연출자가 소심하고 지나치게 타협적이었기 때문에 일차적인 문제제기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광우병에 대해 공론의 장을 열자는 제안 정도를 정부와 보수적 언론이 반발하거나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광우병과 미국 축산업의 실태에 대한 정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결정하기 전에 국민들 앞에 마땅히 공개됐어야 했다. 실체와 위험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급급해 대다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아랑곳 않는 한국의 현실이다.


이강택 〈KBS 스페셜〉 피디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_ 미국 쇠고기 보고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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