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넷, 티브이 영화 ‘피아노가 있는 풍경’ 27일 방영
엠비시 드라마넷이 2004년 <안녕 내청춘>, 2005년 <열번째 비가 내리는 날>에 이어 세번째로 자체 제작한 단막극 <피아노가 있는 풍경>을 선보인다. 단편영화 <굿 대디>를 연출했던 원종호 감독과 <안녕, 형아> <무사>를 찍었던 정찬홍 촬영감독, <피터팬의 공식>에 합세했던 김혜진 미술감독이 손을 잡고 티브이 영화 형식의 작품으로 기획, 제작했다.
한 가족의 상실과 꿈을 담담하게 그린 <피아노가 있는 풍경>은 1980년대의 몽타주처럼 보인다. 80년대를 그린 드라마가 아니라 80년대에 만들어진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대포집 같은 극중 장소나 액자에서 나왔을 법한 인물, 이발소 사장이 대통령의 사진을 소중히 닦는 이야기 등 세부묘사에만 공들인 것이 아니다. 화면 색감과 조명부터 오래된 느낌이다.
어머니(김성령)의 손을 잡고 탄광촌으로 찾아든 4남매는 강퍅한 유년의 시기를 맞는다. 중심인물은 졸지에 가장이 되어 탄광으로 일하러 가는 19살 장남 현규(이상)와 피아노 소리에 홀려버린 열살짜리 삼남 현재(노민우)다. 끝자락에 접어든 탄광촌이 의미하듯 개발시대의 꿈이 이미 저문 그곳에서 그들에게는 검정고시나 공짜 피아노 강습 같은 사소한 꿈도 허락되지 않는다. 왜 하필 피아노였을까? 극은 지난 1월 방송위원회에서 지원을 받은 임원빈씨의 원작 대본을 바탕으로 했지만, 원종호 감독이 어릴 때 시골에서 매혹됐던 피아노의 이미지에 크게 힘입었다고 한다.
원 감독은 “어릴 때는 피아노, 지금은 영화에 대해 가진 꿈처럼 현실과 부딪치는 꿈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9월 한달 동안 강원도 태백, 정선, 도계를 돌며 촬영했던 그을은 탄광촌과 고요한 산동네의 풍경은 ‘꿈’과 ‘현실’이라는 이분된 주제의식에 바쳐진다. 피아노를 치며 행복해하는 현재의 얼굴은 지하 수킬로미터 깊이의 갱도에서 일하는 현규의 얼굴과 교차된다. 장면마다 꿈과 현실이 에누리없이 공존하는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마련된 돌파구는 주로 차남 현철이 빚어내는 환상의 공간이다. 철교 위에서는 현철이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금반지의 모양을 띠고 너트조각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리고, 에스(S)자를 그린 딱지는 수퍼맨처럼 세상을 날아다닌다.
현철 역은 실제로도 다운증후군 배우인 강민휘가 연기했고, 피아니스트 아진 역도 제작중단된 한국방송 티브이 영화 <피아노 포르테>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최지원이 맡았다. 낯선 배우와 영상으로 티브이 영화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 92분짜리 드라마는 27일 낮 12시40분 방송된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제공 엠비시드라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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