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크라임
잘나가던 세일즈맨의 ‘꼬인 인생’
퍼펙트 크라임(K2 밤 12시25분)=여간해선 접하기 쉽지 않은 스페인 영화로,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를 절묘하게 버무린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기발함이 뒷통수를 친다. 자국에선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토론토영화제와 미국영화연구소(AFI)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고급 백화점에서 일하는 라파엘(기예르모 톨레도)은 잘 나가는 세일즈맨이자 여성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바람둥이다. 어느날 라파엘은 여성복 매장 매니저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동료와 말다툼을 벌이다 사고로 그를 죽이게 된다. 현장을 수습하던 라파엘은 백화점 최고 못난이 여직원 로우르데스(모니카 세르베라)에게 들키고 만다. 평소 라파엘을 짝사랑하던 로우르데스는 입을 다무는 대가로 연인이 돼줄 것을 요구하고, 마침내 결혼에까지 성공한다. 도무지 정이 안가는 아내의 꼭두각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라파엘은 로우르데스마저 죽이기로 결심한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라파엘,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허영심이 극단적으로 고개를 치미는 고급 백화점이라는 공간에서 외모·능력·우월감 등 다수가 숭배하는 절대가치가 뒤집어지는 그 맛이 짜릿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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