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개그야-최국의 별을 쏘다’
문화방송 ‘개그야-최국의 별을 쏘다’…삼총사 인기몰이
문화방송 〈개그야〉(월 밤 11시15분)의 인기 코너 〈최국의 별을 쏘다〉에 나오는 죄민수(조원석)는 “내가 하면 모든 것이 트렌드가 된다”고 믿는다. 착각은 둘째치고, 거북스러운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죄 많은 죄민수가 한쪽 눈을 찡긋한다. “이거 뭐 다들 죽는구만, 와우!” 발단은 이랬다. 조원석이 느닷없이 〈깔깔이〉에 함께 출연하는 최국에게 “당신, 내 사인을 원해?” 하고 물었다. 물론 2003년 에스비에스 공채 7기로 지금까지 뚜렷한 캐릭터 하나 건지지 못한 조원석의 사인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배 개그맨 최국과 정찬우가 그 표정과 상황을 살려보자고 말을 보탠 결과 “반짝반짝 작은 별” 죄민수가 탄생했다. 지난 16일 녹화장에서 만난 〈별을 쏘다〉의 세 출연자(사진)는 “이 개그는 버라이어티 형식의 자뻑 개그”라고 했다. 한때 ‘최민수 어록’이라는 터프가이의 어법이 유행한 일이 있었다. 죄민수도 “리얼리티의 호수에 연기라는 돌멩이로 물수제비를 떠야 한다”는 되지도 않는 연기철학을 늘어놓다가 상대방이 무슨 뜻이냐고 관심을 보일라치면 “아무 이유 없어!” 하고 내쳐버리는 제멋대로 터프가이, 못 말리는 자뻑남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런데 〈별을 쏘다〉에서는 연예인을 풍자하는 대사는 있어도, 풍자하는 시선은 보기 어렵다. 최국은 “꽃미남이 트렌드인 시대에 한물간 터프가이 배우가 나온다는 설정만 풍자이며, 소재 전개상 특정 배우나 연예인을 풍자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엠시계의 쓰레기”라는 욕을 먹어가며 죄민수를 부추기는 죄국(최국)이나 “너에겐 여자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며 안겨드는 여자친구 희성(양희성)은 죄민수를 비판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셋은 삼십분 넘게 애드리브만 주거니 받거니 할 정도로 서로를 부추긴다고 한다. 게다가 “연예계의 먼지, 멘트가 후지다, 쥐뿔도 없는 청순 가난형”이라는 대사는 실은 자신들을 향한 직격탄일지도 모른다. “썰렁한 연기생활을 해서 그런가 보죠.”(최국)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 미모가 딸려서 개그맨을 했어요.”(양희성) “서른하난데, 나이를 낮춰봤자 어차피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조원석) 자만과 자학을 오가는 감성 덕분인지, 버라이어티 형식의 전개 덕분인지, 〈별을 쏘다〉는 1회부터 급한 인기를 누려왔다. 조원석은 “수십개의 과녁을 만들어서 계속 웃음의 화살을 던진다. 한 문장 안에서도 수없이 치고 빠지는 방식을 연구한다”고 했다. 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