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긴급출동 SOS 24’
선정성·인권침해 비난 줄이려면 해결책 제시 강화해야
에스비에스 <긴급출동 SOS 24>(연출 허윤무, 글 정희선·화 밤 11시 5분)는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받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 11월 첫 전파를 탄 뒤 가정폭력뿐 아니라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과 학원폭력, 노인학대, 아동 방임 등 다양한 폭력과 학대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노예 할아버지’, ‘노예며느리’, ‘야생소년’ 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폭력과 학대에 대한 고발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제작진과 사회복지사 등의 도움으로 출연자 중에서 폭행과 무시를 당하며 남의 집살이를 해온 노예할아버지는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알콜 중독자인 휘파람 아저씨는 재활치료를 받은 뒤 술을 끊고 직장을 구해 새삶을 살고 있다. 2월중에 알몸으로 갇혀 지낸 야생 소년의 후속편으로 그 소년이 병원에 들어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허윤무 피디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려고 행복자립기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 장애인 인권단체와 함께 장애인 학대와 차별금지를 위한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국회 법사위에 법안 상정을 한 상태다.
하지만 폭력 현장을 보여줄 때 너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보다 가해자와 피해자 선악 구도로 보여주는 접근방식이 더욱 문제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 가해자에게 분노를 토해내고 그에 대한 비난의 글을 쏟아낸다.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사회적 문제에서 비롯한 폭력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일례로 조손 가정의 문제점을 다룬 ‘끈에 묶인 아이’(1월30일 방송) 편이 방송된 뒤 시청자게시판에는 할머니를 비난하는 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허윤무 피디는 “폭력, 학대라는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자극적일 수 밖에 없다”며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가정내 폭력과 학대를 드러내고 남의 집안일이라는 의식을 바꿔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모자이크, 음성변조 등을 통해 출연자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한다고 하지만 출연자의 인권 침해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충격적 소재와 장면으로 인한 선정성 논란과 인권 사각지대의 피해자를 발굴, 사후관리를 하는 공익적 노력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긴급출동…>이 이런 비난에 대처하는 자세는 바로 더 많은 사례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알린 문제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해결책 제시’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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