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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절망 무릎꿇린 ‘사랑’에 숨죽여 울었다

등록 2007-05-27 20:59수정 2007-05-27 21:08

휴먼다큐 <사랑> 5부작. 왼쪽부터 ‘안녕 아빠’, ‘벌랏마을 선우네’, ‘돌시인과 어머니’.
휴먼다큐 <사랑> 5부작. 왼쪽부터 ‘안녕 아빠’, ‘벌랏마을 선우네’, ‘돌시인과 어머니’.
MBC 휴먼다큐 ‘사랑’ 제작 후일담
문화방송이 15~17일, 19~20일 연속 방송한 휴먼다큐 〈사랑〉이 뜨거운 반응 속에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의 재방송 요구가 이어져 5편 모두 다시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제작진을 만나 뒷얘기를 들어봤다.


#1. 안녕 아빠

사회자(이하 사)=이번 5부작 가운데 단연 화제는 ‘안녕 아빠’였는데요.

윤미현 책임피디(이하 윤)=죽음을 앞둔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사랑이 점점 커져 정점에 오르는 걸 사람들이 보고 충격과 동시에 감동을 얻은 것 같아요. 방송이 나간 뒤 이틀간이나 인터넷 포털 검색어 1위더라고요. 다큐멘터리가 이렇게 되는 게 흔한 일이 아닌데.

유해진 피디(이하 유)=시청률은 기대에 훨씬 못미친 7.6%(수도권 기준 티엔에스미디어코리아 집계)였어요. 그래도 다음날 주위 반응이 좋아 실망은 하지 않았어요. 친구들 휴대폰 문자가 쏟아졌거든요. “좋은 프로그램 잘 봤다”, “축하한다”고.

윤=이번 5부작 전체 평균 시청률이 10.1%였어요. 이전 4주간 동시간대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 8.7%보다 높은 수치니까 면피는 한 셈이죠.(웃음) 이 시간대 편성 따내려고 “기존 프로그램 시청률을 넘기겠다”고 큰소리 쳤거든요. 여기에는 ‘안녕 아빠’의 공이 커요. 실제 시청률의 2배 이상 효과를 낸 거죠. 5회분을 연속 편성한 것도 휴먼다큐 〈사랑〉을 브랜드화하는 데 큰 힘이 된 듯해요.

윤미현 책임피디
윤미현 책임피디
죽음을 앞둔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사랑이 점점 커져 정점에 오르는 걸 보고 충격과 감동을 얻은 것 같아요. 방송이 나간 뒤 인터넷 포털 검색어 1위더라고요. 다큐멘터리가 이렇게 되는 게 흔한 일이 아닌데.-윤미현 책임피디

#2. 사랑의 힘

사=수많은 영화·드라마들이 ‘사랑’을 다뤘습니다. 다큐멘터리마저 ‘사랑’을 다룬 이유는 뭔가요?

김철진 피디(이하 김)=사랑, 참 흔한 단어죠. 사실 저희 다큐도 거창한 거 없어요. 그저 방송 보고 주변 가족들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거죠. 저도 속썩이는 아들, 투닥거리는 아내를 보며 참 소중한 사람들이구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유=촬영하다 보니 사랑이라는 게 꼭 생물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랄 때도 있고, 작아질 때도 있고. 사람들에게 가장 커지고 튼튼해진 사랑의 모습을 보여줘 자극받게 하고 싶었어요. “출장 간 남편, 부모님에게 전화해 사랑한다 말하고 싶다”는 시청자 게시판 글이 큰 화답이었죠.

김=죽음과 싸우는 출연자도 사랑 때문에 버티는 것 같아요. ‘엄마의 약속’의 안소봉씨도 갓 태어난 딸 소윤이가 아니었으면 스스로 포기했을 거란 얘기를 해요.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기적적으로 살아 있어요.

유=‘안녕 아빠’의 이준호씨도 대장암으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다가도 아이들이 있으면 눈빛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게 한스러워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 겁니다.

휴먼다큐 <사랑> 5부작. 위부터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와 ‘엄마의 약속’.
휴먼다큐 <사랑> 5부작. 위부터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와 ‘엄마의 약속’.
#3. 깊어진 호흡

사=다른 휴먼 다큐멘터리보다 훨씬 오랜 기간 작업한 것으로 아는데요.

윤=지난해 8월 팀을 만들고 작업에 들어갔어요. 촬영도 길게는 6개월 동안 했죠. 보통 2~3개월이면 만드는 다른 휴먼다큐에 비해 훨씬 오래 걸린 셈이죠. 그래도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휴먼다큐도 자연다큐처럼 촬영만 1년 넘게 필요해요.

김=사람을 그리는 건 한번 보고 또 보고 해야 진짜 모습이 보이는 건데, 한번 본 걸로 끝내려니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윤=‘돌시인과 어머니’는 5년 전에도 잠깐 다룬 소재예요. 그땐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만 담았죠. 이번엔 어머니가 아들을 돌보기 힘들어하고 때론 외면하고 싶어하는 부분까지 담아냈어요. 어떤 분은 왜 그런 것까지 담았냐고 하지만, 그게 진짜 인간의 삶이잖아요.

유=‘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의 경우 윤선아씨가 아기를 갖고 낳게 되기까지의 모습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김=‘벌랏마을 선우네’에서도 처음부터 자연을 접한 선우가 어떻게 커가는지 길게 지켜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엄마의 약속’ 안소봉씨는 소윤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살아 있다든지 하는 기적을 담고도 싶고요.

윤=휴먼다큐 〈사랑〉 후속 아이템 다 나왔네.(웃음) 그러려면 2~3년 넘게 찍어야 하는데, 기약 없는 프로그램에는 제작비 지원이 잘 안 된단 말이죠. 우리도 장기제작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할텐데.


김철진 피디
김철진 피디
‘버랏마을 선우네’의 선우가 어떻게 커가는지 길게 지켜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사람을 그리는 건 한번 보고 또 보고 해야 진짜 모습이 보이는 건데, 끝내려니 아쉬움이 남아요.-김철진 피디

#4. 또다른 가족

사=출연자들이 항상 따라다니는 카메라를 의식하거나 불편해할 수도 있겠어요.

윤=처음엔 의식하다가도 어느 시점에 가면 카메라를 잊어버려요. 우리들 말로는 ‘벽에 앉은 파리’가 돼야 한다고 하는데, 제작진이 그들에게 점점 익숙한 환경으로 바뀌어가는 거죠.

유=사실 저희 3명 다 눈물이 많아요. 하지만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더라도 절대 소리를 내선 안 돼요. 없는 듯 있어야 할 상황이니까요. 이준호씨 돌아가신 뒤에는 충격이 참 오래갔어요. 꿈에도 나오고.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또다른 가족이 된 것 같아요.

김=안소봉씨도 우리가 한참 촬영하다 잠시 서울에 다녀오겠다고 하면 굉장히 서운해했어요. 우리가 없는 공백이 견디기 힘들다는 거죠. 제작진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나 봐요. 나중엔 너무 정이 들어 헤어지기가 참 힘들어요.

유=그런데 몇달 동안 열심히 찍다 보면 정작 자신의 가정에는 소홀하게 돼요. 가정의 달 특집 만드느라 자신의 가정은 버리게 되는….(웃음)


유해진 피디
유해진 피디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더라도 절대 소리를 내선 안 돼요. 없는 듯 있어야 할 상황이니까요. 촬영이 끝날 때쯤엔 또다른 가족이 된 것 같아요-유해진 피디

#5. 휴먼다큐의 진화

사=이번 〈사랑〉 시리즈가 2년째 이어지면서 휴먼다큐의 새 전형으로 자리잡게 된 것 같아요.

유=휴먼다큐 장르의 질적 변화가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1980년대 중반 처음 방송된 〈인간시대〉가 휴먼다큐의 토대를 만들었다면, 90년대 중후반 방송된 〈인간극장〉은 휴먼다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죠. 한 아이템을 5회분으로 나눠 월·화·수·목·금 연속 방영했거든요. 그리고 〈사랑〉 시리즈가 또다른 진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들이 많아요.

김=제작기간을 길게 잡고 밀착해 들여다본 점, 하나의 주제를 5개의 아이템으로 접근한 점, 5회 연속 편성한 점 등이 새로운 시도였다고 봐요.

윤=내년에 〈사랑〉 시리즈를 다시 하게 되더라도 우리 셋 모두 참여하긴 힘들 겁니다. 그래도 몇년 뒤 다시 돌아와 뒷얘기들을 담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사회·정리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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