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커플’의 배우 신은경
‘불량커플’의 배우 신은경
“노출, 자신 없으면 못하죠. 더 보기 흉하기 전에 해야죠.”
8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배우 신은경(34)은 당차고 거침없다. 〈불량커플〉에서 결혼보다 일을 더 사랑하고 자발적 비혼모를 꿈꾸는 당돌한 ‘당자’ 역을 맡아서일까? 심의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갈 정도의 파격적인 노출 장면도 자신감 있게 연기하고 있다.
“처음부터 ‘센’ 표현도, ‘진한’ 표현도 많잖아요. 그걸 어설프게 하면 공감을 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최대한 실감나게 했어요.” 장막 뒤에서 섹시한 자세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어설프게 보이지 않으려고 누드모델의 개인 지도까지 받았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어떤가 궁금했던지, 그는 대뜸 “어땠어요? 흉했어요?” 하고 묻는다.
노출 장면뿐이랴. 몸으로 연기하는 장면이 많다. 호수에 빠지고, 무인도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충격을 받은 듯 갑자기 쓰러지기도 한다. “물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리허설 때 빠지기 직전까지만 가면 되는데 하다 보니 물에 빠져버렸어요. 젖은 몸을 말리느라 촬영이 늦어졌죠. 소주병을 든 아이를 보고 기절하는 장면에서는 ‘퍽’ 소리가 나니까 스태프들이 다들 놀랐어요. 난 괜찮은데….”
그는 역동적인 당자를 연기하느라 힘이 들지만 이 캐릭터에 푹 빠져 지낸다고 했다. “나도 당자처럼 워커홀릭이에요. 일할 땐 연락도 다 끊어요. 심지어 당자처럼 미혼인 줄 알고 결혼한 사실까지 잊어버릴 때도 있어요.(웃음)”
섹시한 장면, 어설프게 하기 싫어 누드모델의 개인지도 받았어요. 기존 남녀 관계 뒤집는 설정이니까 ‘역발상’으로 연기하려고요. 슬플 땐 웃고 기쁠 땐 울고. ‘당자’를 통해 말하고 싶어요. “자신을 사랑해야 행복해 진다”고
결혼은 하기 싫고 아기만 갖고 싶은 당자의 생각에도 공감이 간단다. “나도 20대 후반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왜 나쁜가’라고 나 자신에게 묻곤 했지요.” 그래서일까? 그가 그동안 보여준 이미지는 순종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대표작인 〈종합병원〉에서는 중성적인 이미지의 독특한 매력을 보였고, 〈조폭마누라〉에선 남성성이 강한 여전사로서 강인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그는 기존 남녀관계를 뒤집는 드라마 설정에 맞춰 여러가지 상황을 반대로 연기하고 있다. “슬플 때는 웃을 거고 기쁠 때는 울 거예요. 비극과 희극은 백지 한 장 차이잖아요. 주어진 상황과 반대로 연기하면 색다른 맛을 전할 수 있거든요.” 애초 캐릭터를 설정할 때부터 역발상의 전략을 썼다. “당자 캐릭터가 워낙 드세고 강하잖아요. 그 캐릭터를 똑같이 강해 보이는 여자가 연기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체중을 줄여 야리야리한 몸을 만들었어요. 약해 보이는 여자가 이 악물고 강하게 보이려 하면 페이소스가 진하게 느껴질 것 같아서요.”
머리도 처음엔 긴 파마머리에서 7회부터 단발 생머리 스타일로 바뀐다. “커리어우먼 하면 짧은 단발이나 커트 머리를 떠올리는데, 그걸 뒤집고 처음에는 긴 파마머리를 했어요. 결혼하려고 마음먹는 단계에서는 거꾸로 커리어우먼 스타일로 바꿨어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보여줄 웃음의 포인트를 역발상에서 찾으려고 한 것이다.
당자를 연기하면서 그는 당자 또래의 30대 미혼여성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순간순간 발견하고 있다. “30대의 내 삶을 되돌아보고 숫자에 불과한 나이에 얽매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주변 상황에 끌려다니지 말고 내가 행복한 길을 찾아야죠.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바로 ‘당자’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말이에요.”
글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불량커플’의 배우 신은경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