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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깊은 고통의 세 남자 우연한 사고로 만나

등록 2007-07-05 18:11수정 2007-07-05 23:31

문화방송 2부작 ‘그라운드 제로’ /사진 문화방송 제공
문화방송 2부작 ‘그라운드 제로’ /사진 문화방송 제공
문화방송 2부작 ‘그라운드 제로’ 11~12일 방영…퍼즐 맞추는 듯한 구성 돋보여
단정한 양복 차림의 사내가 찻길 한가운데로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택시기사는 그를 보자마자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만, 시간까지 멈출 수는 없는 노릇. 차 앞유리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는 순간, 사내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하얗게 질린 택시기사. 뒤에 탄 손님의 얼굴도 굳어간다.

문화방송이 11·12일 밤 9시55분에 방송하는 2부작 특집드라마 〈그라운드 제로〉(사진)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묶이게 된 세 남자의 각기 다른 과거를 쫓는 데서 출발한다.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는 듯한 유기적 구성이 돋보여 2시간 분량의 완성도 높은 영화에도 밀리지 않을 법한 드라마다.

2001년 9월, 약혼녀를 먼저 미국으로 돌려보낸 이주현(김남진)은 고국의 친구들과 ‘총각 파티’를 벌인다. 술에 취해 음악에 취해 휴대전화 벨소리도 듣지 못한다. 부재중 전화 7통. 그가 쓰러진 침대 옆 텔레비전 화면에선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주저앉는다. 약혼녀가 일하는 곳이다.

구청 건축과장 김천수(김갑수)는 초고속 승진한 공무원 동기의 부름을 받고 술자리에 나간다. 자리에는 동기의 고향 후배라는 건설업자도 같이 있다. 못하는 술 몇 잔에 곯아떨어진 새, 동기는 은밀하게 뇌물을 받는다.

영업용 택시를 모는 유동선(박철민)은 단골 기사식당에서 모처럼 용기를 내어 소리친다. “미숙씨, 시간좀 내주십쇼!” 여자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것쯤은 문제가 안됐다. 결혼한 둘의 얼굴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밝고 아름다운 빛이 번진다.

2007년, 이주현은 먼저 떠난 약혼녀가 그토록 좋아하던 커피를 파는 카페를 차렸다. 어느날 소영(황보라)이 알바생으로 들어온다. 소영은 주현을 좋아하지만, 주현의 가슴은 여전히 ‘그라운드 제로(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고 난 자리)’ 상태다.

소영의 아버지 김천수는 뇌물수수 누명을 쓰고 검찰에 출두하라는 명을 받는다. 아내가 동기와 바람났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충격에 빠진 터다. 유동선은 아내 생일을 맞아 개인택시를 깜짝선물로 내보인다. 너무 기뻐서였을까? 아내가 가슴을 웅켜잡고 쓰러진다. 1년 안에 심장이식 수술을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단다.

저마다 극한의 아픔을 향해 치닫던 세 남자가 사고로 한 자리에 모인다. 무관한 듯하면서도 얽혀있는 세 남자는 어느 길로 방향을 틀게 될까?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무너뜨리고, 무언가에 의해 무너져내린다. 그러나 다시 일으켜세우고, 다시 일어선다”는 누군가의 혼잣말에 실마리가 있다.

연출을 맡은 김경희 피디는 대본까지 직접 썼다고 한다. 영화에선 흔한 일이지만, 방송에선 좀처럼 드문 경우다. 김 피디는 “기획 단계에서 스토리를 구상하다 자연스럽게 장면을 떠올리며 대본까지 직접 쓰게 됐다”며 “미니시리즈 등 장편에선 연출·극본을 함께 맡기 어렵겠지만, 단편이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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