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전>
한국방송 새 역사프로 두 진행자, 토론·분석 주고받는 참신한 형식 돋보여
한국방송 1텔레비전 <한국사 전>은 <역사스페셜>을 잇는 역사 프로그램이지만 몇가지 새로운 시도를 덧붙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두 진행자가 주거니받거니 프로그램을 이끈다는 점이다. 매회 한 인물을 둘러싼 서로다른 역사적 평가를 소개하거나, 역사 기록 아래 숨겨진 인물의 참모습을 캐기 위해 한상권 이상호 두 아나운서가 토론과 분석을 나누는 형식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장영주 책임 프로듀서는 “이전 <역사스페셜>은 영웅 같은 인물의 업적을 위주로 구성했던데 견줘 <한국사 전>은 역사인물의 다기한 측면을 소재로 삼는다. 두 사람이 다른 의견과 시각으로 한 인물을 분석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했다. <세조의 킹메이커, 신숙주>(4회) 편에서 두 아나운서는 신숙주가 개인의 영달이나 입신 출세를 추구했던 행적과 전문외교관이자 뛰어난 지식관료라는 상이한 측면을 주고받으며 논박의 지점으로 시청자를 이끌었다. <아버지의 눈물, 영조>(6회) 편에서도 한상권 아나운서가 사도세자도 군왕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지적하면, 이상호 아나운서는 영조의 치적을 부각하는 식으로, 이들 부자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 이유를 찾아 이야기를 끌어갔다.
한·이 두 아나운서의 서로 다른 스타일을 부각하는 진행방식이 <역사스페셜>의 배우 유인촌, 고두심처럼 개성있는 단독 진행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 <정오 뉴스> <지구촌 뉴스> 등을 거쳐 지금은 평일 저녁 7시 를 진행하는 한상권(37) 아나운서는 정통 뉴스앵커의 권위있는 목소리와 이미지에 힘입어 <한국사 전>에서는 거시적인 내용을 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 아나운서는 “워낙에 유인촌씨의 그늘이 큰데다가, 처음에는 시청자 게시판에 ‘따발총으로 쏴죽일 것 같다’며 강한 목소리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시청자가 있어서 고심했다”며 “지금은 뉴스와 역사프로그램을 꿰뚫는 공통적인 지점은 신뢰성이라고 믿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면을 자극하는 아나운서라는 장점을 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이상호(31) 아나운서는 <시사투나잇>에서 부드러운 목소리와 친근한 분위기로 얼굴을 알려왔다. 젊다는 장점과 기동성을 살려 역사현장과 재연현장을 찾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이 아나운서는 “기존 <역사스페셜>은 마니아들을 위한 명품 같은 프로그램이었다면, <한국사 전>은 민초들의 역사를 대중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며 “진행기술을 갈고 닦기보다는 콘텐츠를 100%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고 말했다. 한 아나운서는 광범한 역사적 정의를, 이 아나운서는 세밀한 역사적 사실을 주로 챙기다보니 진행 스타일만큼이나 역사적 감수성도 서로 달라졌다고 한다. 한상권 아나운서는 “역사는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잠들지 않습니다”라는 자기몫의 대사가, 이상호 아나운서는 “영조는 아들을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아버지였다”는 대목이 가슴을 두드렸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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