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성우들 “더빙 너무 재밌어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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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은 정말 나쁜 거야~!”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스튜디오. 녹음실 문틈으로 앳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아이보다도 더 아이 같은 목소리 연기. 대체 어떤 성우이기에 이렇게 잘하나 싶어 살짝 들여다보니 정말로 꼬마아이다. 원래 아이들 목소리는 여자 어른 성우가 연기하는 게 보통. 하지만 어린이 전문 케이블티브이 채널 ‘닉’이 7월30일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영어교육용 애니메이션 〈하이 도라 시즌2〉(매일 오전 7시30분·9시·10시30분)에선 어린이 성우가 직접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한다. 시즌1 때만 해도 어른 성우가 연기했다.
주인공 도라 목소리를 연기하는 김미랑(8·서울교대부설초2·왼쪽)이 더빙 작업을 마치고 녹음실 밖으로 나온다.
“녹음하는 게 너무너무 재밌어요. 히히~.” 미랑이에겐 녹음하는 게 놀이다. 이전에도 극장 개봉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 〈몬스터 하우스〉 더빙을 했다. 하지만 매일 방송하는 장편물의 주인공 역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뮤지컬도 엄청 좋아해요. 어른이 되면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애니〉 〈킹 앤 아이〉에서 공연한 적도 있다. 이번 〈하이 도라〉에서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한다.
녹음실 밖에서 기다리던 정민석(7·용동초1·오른쪽)이 미랑이 누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이젠 민석이가 원숭이 부츠 목소리를 연기할 차례다. 애니메이션 속에선 항상 붙어다니는 도라와 부츠지만, 미랑이와 민석이는 따로 작업을 한다. 보통 녹음실을 찾는 날짜도 서로 다르다. 함께 입을 맞춰가며 녹음하는 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날처럼 서로 마주치는 날이면 더욱 반갑다. 둘은 3년 전 문화방송 〈뽀뽀뽀〉에 같이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해피 피트〉 더빙도 같이 했다. “오랫동안 서로 못 보면 막 보고 싶어요.”
민석이는 엄마와 함께 녹음실에 들어간다. 마이크 앞에 서니 얼굴에 장난기 섞인 웃음기가 절로 돈다. 영락없는 원숭이 부츠의 얼굴이다. “와~ 민석이 오늘 잘하네. 대본 몇번이나 봤어?” 조정란 피디의 칭찬 섞인 질문에 민석이는 자랑스럽게 손가락 세 개를 치켜든다. “그렇게나 많이 연습했어? 그래서 잘하는구나.” 민석이 얼굴이 더욱 환해진다. “실제 녹음 때보다 연습 때가 더 재밌어요. 녹음할 땐 틀리면 다시 해야 하지만, 혼자 연습할 땐 내 맘대로 막 넘어가도 되거든요. 히힛~.”
조 피디는 “어린이 성우가 녹음하면 어른 성우 때보다 시간이 5~10배 더 걸리고 작업도 힘들지만, 결과물을 보면 느낌이 훨씬 더 좋다”며 “방송을 보는 아이들도 제 또래 목소리가 나와서인지 더 깊이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