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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개그맨 정철규 ‘폭소클럽’ 무대 마쳐

등록 2005-03-31 16:24수정 2005-03-31 16:24

아듀∼ 블랑카!

“부담 이겨내고 더 좋은 웃음 드릴게요”

마지막 무대를 마친 뒤라 홀가분할 줄 알았지만, 외려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데뷔 1년 남짓만에 높이 발돋움한 터에,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 법도 했다.

당분간 활동을 접은 ‘블랑카’ 정철규(25)가 30일 오전 <한겨레> 편집국을 찾았다. 그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감사의 뜻을 담은 논평을 낸 것도 모르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소박하나마 사회를 풍자한 것은 의미있는 시도”라는 칭찬을 차분하게 읽어내려간 그는 곧 환해졌다.

“역시 부담스럽네요. 하지만, 기대치 않았던 이런 좋은 평가들을 받게 돼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지만, 새 웃음을 선사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뜁니다.”

정철규는 2003년 12월초 개그콘테스트로 얼굴을 알렸다. 그뒤 한국방송 <폭소클럽>에서 14달 동안 ‘블랑카’로 살아왔다. 지난해 말엔 한국방송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신인상도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생각있는 개그맨”으로 봐주는 것이 한없이 좋았고, 뿌듯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 그가 사회의식으로 똘똘 뭉친 것만은 아니다. 여느 개그맨들처럼 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을 더 재밌게 웃길까가 그의 가장 큰 고민이다.

“처음부터 ‘블랑카’로 풍자와 웃음을 함께 이뤄보겠다고 했던 건 아니예요. 풍자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웃을 수 있도록 하는게 먼저 거든요. 마침 병역특례로 공장에서 일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게 큰 도움이 됐죠.”


처음엔 그의 의도와 달리 “외국인 노동자를 희화화하고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 빗발치던 ‘사장’들의 항의보다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렇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견뎌냈고, 결국엔 폭넓은 지지와 이해를 끌어냈다.

보람있는 일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쓴 영어 편지를 본 적이 있어요. ‘고맙게 보고 있다. 정말 힘이 된다. 한국에 이런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병역특례 근무 중 친했다가 헤어졌던 동갑나기 조선족 친구도 미국에서 제 미니홈피에 글을 남겼더라고요. 신인상 받는 것 봤다고. ‘지금 이 시간에도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께 감사한다’는 제 소감 듣고 정말 고마웠다고요.”

이제 몇달 쉬고도 싶을 테지만, 아이디어 회의로 눈코 뜰새없이 바쁘단다. “‘자 시작’해서 ‘끝’ 하는게 회의는 아니에요. 허동환 선배와 같이 찜질방에도 가고, 드라이브도 하고, 장난 치다가 ‘아! 이거 재밌네’ 하고 아이디어 나오면 그걸로 생각해보는거죠. 쉽진 않아요.” 그는 이렇게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아이템이 잡히면 바로 새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26일 <폭소클럽> 마지막 녹화 땐, 2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주한 스리랑카 대사가 깜짝 무대를 선보였다. ‘블랑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그들을 이끌었던 것. 정철규도 굵은 눈물 방울을 떨어뜨렸다. 블랑카와의 이별이 아쉬웠던 탓일까? “이런 감동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거예요. ‘블랑카는 끝나지만 한국에 있는 많은 블랑카들을 남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달라’고 인사한 뒤 큰절을 했는데요. 뒤의 관객분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해 기립박수를 쳐주셨어요. 1년2개월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동했던 거예요.”

‘블랑카’는 떠났지만 빈 자리는 허전하지 않다. 정철규의 소박한 노력과 아름다운 열정이 식지 않으리라는 시청자들의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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