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씨
문화방송 아침프로 ‘기분좋은 날’ 새 여성진행자 정선희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들어선 개그우먼 정선희. 이미 자리하고 있던 기자들 앞에 놓인 보도자료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11월의 신부 정선희, <기분좋은 날> 새 안방마님으로 낙점! 준비된 예비 주부, 아침 여심 공략!’이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예비 주부? 오자마자 확 치네, 이거….” 뒷목을 부여잡으며 자리에 앉는 정선희의 붉어진 얼굴에는 그러나 당혹감 대신 엷은 웃음기가 넘실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문화방송 아침 토크쇼 <기분좋은 날>(월~금 오전 9시45분)의 새 여성 진행자를 소개하는 자리. 이재용 아나운서와 짝을 이뤄 진행하던 배우 임예진이 9월 중순부터 방영하는 드라마 <겨울새>에 캐스팅되면서 생긴 빈자리를 정선희가 채우게 됐다. 20일 방송부터 진행을 맡는다. 이재용·정선희 단짝은 이전에도 <찾아라 맛있는 티브이>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불만제로>는 지금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선희가 낙점되기까지 걸림돌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정선희를 유력한 후보로 올려놓고도 제작진 사이에선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연륜도 있는 후임자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일부 있었다고 한다. 때마침 정선희가 연기자 안재환과 오는 11월 결혼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제작진은 “이제 됐구나!”라며 쾌재를 불렀다. 이재용 아나운서의 차분하고 점잖은 면모와 정선희의 쾌활하고 톡톡 튀는 면모가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마치 이 프로그램을 맡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것처럼 비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호호호~.” 정선희는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예비 시어머니께서 다리를 다쳐 누워계시는데, 제가 아침 프로를 맡게 됐다고 하니까 심심하지 않겠다며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벌써부터 며느리가 다 된 듯한 말투다.
“이번 것까지 치면 모두 8개 방송을 하는 셈인데,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제가 얘기를 하는 편이었거든요. 언젠가는 녹화를 한꺼번에 해야 해서 13시간 내내 떠든 적도 있죠. 하지만 <기분좋은 날> 같은 토크쇼는 제가 나서서 말을 하기 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들으면서 그 사람이 가진 보따리를 풀어내게끔 하는 거잖아요? 진행자 최고 경지의 내공이 필요하다는데, 잘해낼 수 있을지 부담도 돼요. 그래도 항상 절 푸근하게 해주는 이재용 아나운서가 짝이라서 큰 위안이 되네요.”
옆에 자리한 이재용 아나운서는 “외국의 유명 프로그램을 봤는데, 여자 진행자가 자신이 결혼하고 출산하고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인생의 여러 얘기들을 풀어나가더라”며 “연예인 신변잡기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삶의 풍성한 얘기들을 담아내는 등 토크쇼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나가는 데 있어 정선희가 매우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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