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스토리텔링 클럽’
KBS1 ‘스토리텔링 클럽’, 같은 주제로 다른 이야기 풀어내…문화콘텐츠 요람으로
한국방송 1텔레비전 <문화지대>의 한 코너 ‘스토리텔링 클럽’(기획 김학순, 금 밤 11시30분)의 풍경이 독특하다. 금요일 밤 늦은 시간에 평소 카메라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평범한 인물 셋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로 작가 지망생인 출연자들의 표정은 시사나 경제 토론 못지 않게 진지하다. 돈, 복수, 비밀 등 매주 주제와 관련해 창작해온 이야기를 더듬더듬 풀어내는 셋의 이야기가 엮여 ‘일일야화’를 만든다. 한석준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아 출연자들을 소개하지만 25분 남짓한 방송시간은 주로 20~40대의 대학생, 주부, 직장인 등 처지도 다양한 이야기꾼들과 이들이 가져온 이야기를 평가하는 스토리 평가위원들이 끌어나간다.
‘스토리텔링 클럽’은 삼삼오오 모여 글을 발표하고 나누는 영국의 이야기 클럽을 본떠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3만개가 넘는 영국의 이야기클럽이 이야기가 바글거리는 문화를 만들고, 문화콘텐츠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클럽 문화가 동경의 대상이 됐다. 이 코너를 연출하는 김정관 피디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의 모태가 된 영국 이야기클럽처럼 이야기를 만들고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이 클럽과 다른 점은 스토리텔러들이 만들어 온 이야기를 재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물로 만들어 내보낸다는 점이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의욕만으로 만들어 오는 이야기라 만듦새가 매끄럽지는 않다. 이야기가 한 고비를 훌쩍 뛰어넘을라치면 불쑥 스토리텔러가 끼어드는 솜씨도 거칠어보이지만 제작진은 “거칠더라도 이야기의 단초들을 캐내서 장차 어엿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회를 거듭하며 뜻밖에 보물 같은 이야기를 건지기도 하고, 등용문으로 노리는 이들도 많아졌다. 김민아 작가는 “이제는 매주 40~50편 정도 꾸준히 응모해오는 추세”라며 “그중에는 스토리 평가위원으로 출연하는 영화감독들이 영화의 소재로 삼고 싶어할 만큼 기발한 이야기들도 나온다”고 했다. 콘텐츠 관련 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응모작 중에서 아주 새로운 소재를 찾기보다는 시선과 발상이 독특한 이야기를 우선 추려낸다고 한다. 31일 방송될 ‘비밀’ 편에서는 흔해빠진 구미호 이야기지만 구미호 입장에서 참신하게 그려낸 <구미호의 진실>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화지대>는 다음달 2회에 걸쳐 프로그램 내내 ‘스토리텔링 클럽’ 코너만 집중 방송하는 특집을 방영할 예정이다. 오는 9월 21일에 그동안 출연했던 이야기꾼들이 경북 청송, 경기 검단산 등지로 흩어져 지방의 전설을 채집하고 이를 각색해 새로운 이야기로 내보낸다. 28일에는 널리 알려진 고전을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해 실력을 겨루는 ‘이야기대전’이 방송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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