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새〉
김수현 원작을 이금주 작가 버전으로…MBC 15일부터 방영
“원작에서는 처절하게 시어머니에게 당했던 며느리였지만, 주말드라마에서는 되레 (시어머니에게) 한 방 먹일 것이다.”
15일 방송을 시작하는 문화방송 50부작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겨울새〉 (사진)의 이금주 작가가 기획 단계에서 밝혔던 말이다. 김수현 원작소설인 〈겨울새〉는 이미 1992년에 에스비에스에서 아침 드라마로 만들어져 44%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해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다. 주말드라마로 다시 태어나는 〈겨울새〉는 15년 전보다 훨씬 높이 날 수 있을까?
소설 〈겨울새〉는 “어린 생쥐 같은 가련한 며느리와 고약하게 늙은 암고양이 같은 심술궂은 시어머니”의 불행한 동거기가 주를 이룬다. 그 사이에 낀 아들은 어린애만도 못한 무능한 존재다. 2007년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겨울새〉는 주인공 영은(박선영)이 결혼 전 다른 남자와 파혼했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 남자도 정상은 아니었다.
〈사랑과 전쟁〉의 작가였던 이금주 작가는 초반에 자식을 숨기고 결혼하려고 했던 남자와의 치떨리는 경험을 담아내면서 드라마 첫회를 〈사랑과 전쟁〉의 축소판인 듯 꾸몄다. 그후 다시 선택한 결혼에서 고약한 시어머니를 만나고, 아이까지 빼앗긴다는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지만 좀더 현실감을 부여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이 작가가 2007년판 고부 갈등을 촘촘하게 그려내고자 마이클럽·미즈앤 등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게시판의 사례들을 수집해 며느리와 시어머니에게 일방적인 얼굴이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집어넣었다”고 전했다.
15년 만에 달라진 고부간의 대응 양상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법이다. 며느리에게 꼭 “이러셨어요, 저러셨어요” 존댓말을 써가면서 학대하던 1992년판 다중인격 시어머니 반효정은 2007년판에서는 친근해 보이는 박원숙으로 바뀌었다. 툭하면 눈물짓던 며느리 김도연은 당찬 이미지의 박선영으로 달라졌다. 고부간의 전쟁은 이제 일방전이 아니라 쌍방전이다. “정신을 차려야지, 응달에 움츠려 쭈그리고 앉아서 남의 발길에나 차이는 등신으로 살지는 않을 거야” 하고 다짐만 하던 답답한 며느리는 이제 다양한 전략과 전술로 어머니를 무너뜨리려 한다. 며느리의 재산을 탐내는 것은 물론 아들과 비정상적인 행위를 벌이는 소설의 시어머니는 가끔은 제 꾀에 제가 당하기도 하는 귀여운 캐릭터로 탈바꿈한다. 거기에 영은에게 외골수 사랑을 멈추지 않던 도현(이태곤)도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상대(황정음)를 만나면서 다른 애정관계가 더해질 조짐이다.
이금주 작가 외에도 드라마 〈청춘의 덫〉, 〈불꽃〉으로 주목받은 정세호 피디가 연출을 맡았으며, 원작자인 김수현 작가는 대본을 감수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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